Hoanta

천서의 아이 공개

by 영이 · 다크 판타지 · 2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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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 / 전 3권 다크 판타지 · 정체성 각성과 성장

천서의 아이

몰락한 문자 마법사 가문의 딸이 금지된 힘을 각성해 권력자의 음모에 맞서지만, 가문을 살리려는 집착이 그녀를 위험에 빠트리고 결국 가문 복권이라는 목표 너머, 자신의 주체적 선택으로 왕조의 운명을 넘어 세상의 평화를 위한 새로운 길을 걷는다.

10. 서대비의 위기와 내공 천서력

윤아는 어젯밤 해월과의 대화, 그리고 궁궐 지하 석실에서 느꼈던 혼란스러운 감정들로 잠 못 이루고 있었다. 동이 트기 전의 어스름한 새벽, 별궁의 작은 방에서 윤아는 이불을 뒤척였다. 해월 언니의 말, '너는 이미 이 싸움에 휘말렸어. 너의 의지와 상관없이 천서력이 너를 선택했으니까. 이제 너는 선택해야 해.' 그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그리고 도윤이 전한 임사홍의 음모. 모든 것이 너무나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할머니는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 계셨다. 태초의 두루마리에서 뿜어져 나온 생명력이 할머니의 안색을 조금이나마 되돌려 놓았지만,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하셨다. 윤아는 할머니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할머니의 손은 따스했지만, 그 온기 속에는 윤아를 위한 희생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내가 과연 이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있을까?’

윤아는 두려웠다. 가문의 복권이라는 오랜 염원은 이제 단순히 복권만을 의미하지 않았다. 그것은 연산군의 폭정과 임사홍의 야욕, 그리고 반정 세력의 거대한 움직임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아야 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다. 자신은 그저 글을 배우고 싶었던 평범한 소녀였을 뿐인데, 어째서 이런 거대한 운명에 휘말리게 된 것일까.

그때, 문밖에서 조심스러운 인기척이 들렸다. 이내 문이 살짝 열리고 강도윤이 고개를 내밀었다. 그의 얼굴에는 밤샘의 피곤함과 함께 깊은 걱정이 서려 있었다.

“윤아야, 잠 못 이뤘구나.”

도윤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그 속에는 윤아를 향한 깊은 공감이 담겨 있었다. 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도윤아… 아직도 밖은 소란스러워?”

“응. 임사홍 대감이 연산군 전하를 부추겨 궁궐 전체에 윤아님과 서대비 마마를 찾는 명이 떨어졌어. 병사들이 모든 별궁을 뒤지고 있어. 다행히 이곳은 해월 누님이 미리 손을 써둬서 아직 발각되지는 않았지만… 시간문제인 것 같아.”

도윤의 말에 윤아는 다시금 불안에 휩싸였다. 임사홍은 윤아의 예상보다 훨씬 빠르고 집요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해월 언니는 어디에 계셔?”

“아까 잠시 나갔다가 다시 오셨어. 지금 궁궐의 상황을 살피고 계시는 것 같아.”

도윤은 윤아의 옆에 앉았다. 그의 손이 윤아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감쌌다.

“윤아야, 너무 걱정하지 마. 내가 옆에 있을게. 삼돌이도 지금쯤 궁궐 빠져나갈 길을 찾고 있을 거야. 우리는 널 혼자 두지 않아.”

도윤의 따뜻한 위로에 윤아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안정되었다. 윤아는 도윤을 올려다봤다. 언제나 자신을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친구. 신분이라는 벽 앞에서 늘 갈등했지만, 결국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돕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가진 친구.

“고마워, 도윤아.”

윤아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 도윤은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우리가 동무 아이가. 그런데 아까 해월 누님이… 궁궐 지하 석실로 가야 한다고 했잖아. 그곳이 어떤 곳인데?”

도윤의 질문에 윤아는 어젯밤 궁궐 지하 석실에서 겪었던 일을 떠올렸다. 익숙한 천서각의 수호 문양, 그리고 태초의 두루마리. 임사홍의 습격과 해월 언니의 희생, 그리고 두루마리의 봉인을 해제했던 순간까지.

“그곳은… 천서각과 같은 수호 문양이 있는 곳이야. 고구려 시대에 천서력을 봉인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소이자, 천서력의 근원인 ‘태초의 두루마리’가 숨겨진 곳이지.”

윤아는 숨죽이며 설명했다. 도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태초의 두루마리? 그럼 그게 바로 천서력의 모든 비밀을 담고 있다는 그…?”

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내가 그 두루마리의 봉인을 해제했어. 그 힘으로 할머니도… 해월 언니도….”

윤아는 말을 잇지 못했다. 태초의 두루마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생명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단순한 치유의 힘을 넘어, 생명을 회복시키는 경이로운 힘이었다.

“대단하다, 윤아야. 역시 너는 특별한 아이야.”

도윤의 말에 윤아는 씁쓸하게 미소 지었다. 특별하다는 말이 때로는 부담으로 다가올 때가 있었다.

그때, 해월 언니가 다시 별궁 안으로 들어섰다. 그녀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윤아야, 도윤아. 시간이 없어. 병사들이 별궁 안으로 진입하기 시작했어.”

해월 언니의 말에 윤아와 도윤은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벌써요?”

도윤이 놀라서 물었다. 해월 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임사홍이 직접 병사들을 이끌고 오고 있어.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 지금 당장 궁궐을 빠져나가야 해.”

해월 언니는 윤아의 손을 잡았다.

“윤아야, 네가 태초의 두루마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임사홍에게도, 연산군에게도 알려져서는 안 돼. 그들은 그 힘을 이용해 이 나라를 파멸로 이끌 거야.”

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윤아는 품에 안은 태초의 두루마리를 꽉 움켜쥐었다.

“알겠어요, 언니. 그럼 어디로 가야 하죠?”

“일단 궁궐을 빠져나가 북한산 천서각으로 가야 해. 그곳은 결계로 숨겨져 있어서 안전할 거야. 그리고 그곳에서 너의 힘을 더욱 단련해야 해. 임사홍과 연산군에 맞설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해.”

해월 언니의 말에 윤아는 다시금 결의를 다졌다. 더 이상 도망치거나 숨어 있을 수 없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힘으로 세상을 지켜야 했다.

“도윤아, 너는 삼돌이와 합류해서 반정 세력에게 우리의 계획을 전해줘. 우리는 북한산 천서각에서 기다릴 거야.”

해월 언니의 말에 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해월 누님. 윤아야, 조심해. 꼭 다시 만나자.”

도윤은 윤아의 어깨를 두드리고 별궁을 나섰다. 윤아는 할머니를 조심스럽게 업었다. 할머니의 몸은 여전히 가벼웠지만, 윤아의 어깨는 책임감으로 무거웠다.

해월 언니는 별궁의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복도에는 이미 병사들의 발소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해월 언니는 윤아를 이끌고 궁궐의 복잡한 통로를 따라 움직였다.

“윤아야, 동술을 사용해. 주변의 물건들을 움직여 병사들의 길을 막아.”

해월 언니의 말에 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윤아는 손을 뻗어 천서력을 집중했다. 주변의 가구들이 흔들리더니, 이내 병사들이 진입하는 통로를 가로막았다. 병사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혼란에 빠졌다.

“이게 무슨 짓이냐!”

병사들의 고함 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윤아는 멈추지 않았다. 윤아는 계속해서 동술을 사용해 병사들의 진격을 방해했다. 해월 언니는 윤아를 이끌고 궁궐의 후미진 곳으로 향했다.

“이쪽이야, 윤아야. 이곳에는 비밀 통로가 있어.”

해월 언니는 벽에 손을 얹고 천서력을 불어넣었다. 벽이 서서히 움직이더니, 이내 비밀 통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윤아는 할머니를 업고 비밀 통로 안으로 들어섰다. 해월 언니도 뒤따라 들어왔고, 벽은 다시 닫혔다.

비밀 통로는 어둡고 좁았다. 윤아는 명술을 사용해 주변을 밝혔다. 희미한 빛이 통로를 비추자, 윤아는 통로의 벽면에서 익숙한 고구려 천서문을 발견했다.

“이곳도… 천서력과 관련이 있는 곳인가요?”

윤아의 질문에 해월 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 비밀 통로는 고구려 시대부터 천서력사들이 비상시에 사용하던 통로야. 궁궐 지하 석실과도 연결되어 있지.”

해월 언니의 말에 윤아는 놀랐다. 궁궐 안에 이렇게 많은 천서력 관련 장소들이 숨겨져 있을 줄이야.

통로를 따라 한참을 걸었을까, 드디어 통로의 끝에 다다랐다. 해월 언니는 통로의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눈앞에 펼쳐진 것은 궁궐 밖의 어두운 밤하늘이었다. 그들은 무사히 궁궐을 빠져나왔다.

궁궐 밖은 여전히 어수선했다. 멀리서 병사들의 함성 소리가 들려왔지만, 이곳까지는 미치지 못했다. 해월 언니는 윤아를 이끌고 북한산 천서각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제부터는 더욱 조심해야 해. 임사홍은 궁궐 밖에도 병사들을 풀어놓았을 거야.”

해월 언니의 말에 윤아는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윤아는 할머니를 업고 해월 언니의 뒤를 따랐다. 밤바람이 차가웠지만, 윤아의 마음속에는 뜨거운 결의가 타올랐다.

북한산으로 향하는 길은 험난했다. 어두운 밤길은 발걸음을 더욱 힘들게 했다. 하지만 윤아는 포기하지 않았다. 할머니와 해월 언니, 그리고 도윤과 삼돌이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천서각에 도달해야 했다.

윤아는 풍술을 사용해 앞길을 밝혔다. 푸른 바람이 길을 비추고, 주변의 위험을 감지했다. 윤아는 명술을 사용해 멀리 있는 적들을 살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추격하는 병사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였다. 갑자기 뒤에서 병사들의 함성 소리가 들려왔다. 임사홍의 병사들이었다. 그들은 윤아와 해월 언니를 추격하고 있었다.

“들켰어!”

해월 언니가 외쳤다. 윤아는 긴장하며 뒤를 돌아봤다. 병사들이 횃불을 들고 맹렬히 쫓아오고 있었다.

“윤아야, 동술을 사용해! 주변의 바위들을 움직여 길을 막아!”

해월 언니의 말에 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윤아는 손을 뻗어 천서력을 집중했다. 주변의 거대한 바위들이 흔들리더니, 이내 병사들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병사들은 바위에 가로막혀 더 이상 전진하지 못했다.

“좋았어, 윤아야! 계속해서 동술을 사용해!”

해월 언니는 윤아를 격려했다. 윤아는 계속해서 동술을 사용해 주변의 바위들을 움직였다. 거대한 바위들이 차례로 병사들의 앞길을 막았고, 병사들은 혼란에 빠졌다.

하지만 병사들의 수는 너무나 많았다. 그들은 바위를 피해 다른 길로 우회하기 시작했다. 윤아는 지쳐갔다. 할머니를 업고 동술을 계속해서 사용하는 것은 엄청난 체력 소모를 요구했다.

“언니… 더 이상은… 힘들어요….”

윤아의 목소리가 떨렸다. 해월 언니는 윤아의 손을 잡았다.

“조금만 더 버텨, 윤아야. 천서각이 얼마 남지 않았어!”

해월 언니는 윤아를 이끌고 더욱 빠르게 움직였다. 윤아는 마지막 힘을 다해 동술을 사용했다. 주변의 나무들이 흔들리더니, 이내 병사들의 길을 가로막았다.

드디어 천서각의 입구가 눈앞에 나타났다. 거대한 바위가 결계로 숨겨져 있었다. 윤아는 마지막 힘을 다해 바위에 손을 얹고 천서력을 불어넣었다. 푸른빛이 바위를 감싸며 결계가 열렸다.

윤아는 할머니를 업고 천서각 안으로 들어섰다. 해월 언니도 뒤따라 들어왔고, 결계는 다시 닫혔다. 병사들은 천서각의 결계 앞에서 멈춰 섰다. 그들은 결계를 뚫을 수 없었다.

윤아는 천서각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온몸의 힘이 빠져나가는 듯했다. 해월 언니는 윤아를 부축했다.

“괜찮니, 윤아야?”

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괜찮아요….”

윤아는 할머니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할머니는 여전히 의식을 찾지 못하셨지만, 얼굴에는 평화로운 미소가 번져 있었다.

해월 언니는 주변을 살폈다. 천서각 안은 고요했고, 어둠이 깊었다. 해월 언니는 윤아에게 말했다.

“이제 이곳에서 너의 힘을 더욱 단련해야 해. 임사홍과 연산군에 맞설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해.”

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윤아는 태초의 두루마리를 품에 안고 천서각의 벽화를 바라봤다. 벽화 속 천서문에서 희미하게 빛이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

윤아는 다시 한번 결의를 다졌다. 이제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