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작가 · 하이 판타지 · 19화
목차
1. 프롤로그 - 잊혀진 예언 2. 1장 - 변방의 소년 3. 2장 - 붉은 달의 밤 4. 3장 - 은빛 탑으로 가는 길 5. 4장 - 잊혀진 길 6. 5장 - 어머니의 마지막 7. 6장 - 은빛 탑 8. 7장 - 다섯 날의 시험 9. 8장 - 형제의 얼굴 10. 9장 - 일곱 번째 왕좌 11. 에필로그 - 대장간의 불 12. 간주 1 - 천 년 전의 밤 13. 간주 2 - 보르의 화로 14. 간주 3 - 엘리아나의 추방 15. 간주 4 - 미라엘의 첫 순례 16. 간주 5 - 침묵의 기사단의 기원 17. 외전 1 - 동방의 돌 18. 외전 2 - 미라엘의 다음 길 19. 외전 3 - 한바르의 기록9장 — 일곱 번째 왕좌
빛 속에서 카엘은 모든 것을 동시에 보았다.
천 년 전의 하늘이 그의 눈앞에 펼쳐졌다. 신들이 세상을 떠나던 마지막 날의 하늘. 그 하늘에서 일곱 개의 왕좌가 지상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여섯 개는 이미 호명되었고, 각자의 왕조에게 내려갔다. 마지막 하나, 일곱 번째 왕좌만이 아직 호명되지 못한 채로 허공에 떠 있었다. 그 아래에 두 명의 후보가 서 있었다. 쌍둥이처럼 닮은 얼굴의 두 형제. 형은 이미 성인이 된 몸으로 서 있었고, 동생은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영혼의 상태로 형의 어깨 위에 떠 있었다.
카엘은 그 장면 속에서 자신의 옛 이름을 들었다.
그것은 지금의 '카엘'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보다 훨씬 오래된 소리였다. 신들의 언어로 된 소리, 말하는 자의 입술을 태우고 듣는 자의 귀를 찢는 소리. 그 이름을 들은 순간 카엘의 몸이 한 번 경련했다. 그러나 그 경련은 고통의 경련이 아니라, 태어남의 경련이었다. 십칠 년 전 이 몸으로 태어났을 때 그는 정작 울지 못했었다. 이제 그는 처음으로 울 수 있었다. 천 년의 잠 끝에 마침내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게 된 자로서.
빛이 천천히 걷혔다.
복도의 끝에는 더 이상 첫 번째로 잊혀진 자의 모습이 없었다. 그 자리에는 작은 별 하나가 떠 있을 뿐이었다. 그 별은 카엘을 향해 한 번 깜빡였고, 그리고 위로 올라가 탑의 천장 너머로 사라졌다. 카엘은 그것이 형의 마지막 작별임을 알았다. 천 년 동안 고립되어 있던 영혼이 마침내 집으로 돌아가는 길.
카엘은 복도를 걸었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천 년이 그의 발 아래에 깔려 있었고, 그 천 년을 그는 걸음걸음 밟아가고 있었다. 복도의 끝에 다다랐을 때, 그 앞에 있던 텅 빈 공간이 더 이상 텅 비어 있지 않았다. 그 공간에는 의자 하나가 나타나 있었다. 그 의자는 돌도 아니었고 나무도 아니었고 금속도 아니었다. 그 의자는 기억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천 년 동안 아무도 앉지 않은 자리가 비어 있던 그 공간 자체가, 카엘의 도착과 함께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는 그 앞에 섰다.
뒤에서 세라누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앉아라, 카엘. 네 이름으로. 네 선택으로. 네 무게로."
카엘은 앉았다.
의자는 그를 받아들였다. 부드럽지도, 차갑지도 않았다. 마치 언제나 그가 앉아 있었어야 할 자리인 것처럼, 의자는 그의 몸에 정확히 맞았다. 그의 왼손등의 성흔이 마지막으로 한 번 고동쳤다. 그리고 그 고동이 가라앉은 자리에, 성흔은 더 이상 빛나지 않았다. 대신 성흔은 그의 피부 속으로 가라앉아, 이제 그의 심장과 함께 박동하기 시작했다. 성흔은 몸의 표면에서 몸의 내면으로 옮겨간 것이었다.
그 순간 탑 전체가 흔들렸다.
흔들림은 크지 않았다. 그러나 그 흔들림은 은빛 탑 하나만을 흔드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세상의 가장 깊은 뿌리를 건드리고 있었다. 북방의 얼어붙은 강이 한 번 호흡했고, 남방의 마른 다리 아래의 강물이 방향을 바꾸었고, 멀리 동방의 사막 한가운데에서 오래 잠들어 있던 돌 하나가 눈을 떴다. 세상의 곳곳에서, 잊혀져 있던 작은 것들이 일제히 기지개를 켰다. 일곱 번째 왕좌가 돌아왔기 때문이다. 왕좌의 호흡이 세상의 균형을 다시 맞추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카엘은 눈을 감았다.
눈을 감은 그의 내면에서, 천 년의 기억들이 책장처럼 넘어갔다. 그는 그 모든 기억을 한꺼번에 이해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는 그 기억들이 자신의 것임을 받아들였다. 그는 그것들을 집으로 데려왔다. 그것이 왕좌의 첫 번째 의무였다. 잊혀진 것을 집으로 데려오는 것.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카엘이 다시 눈을 떴을 때, 세라누스가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노스승이 제자 앞에 무릎을 꿇는 광경은 은빛 탑의 법에는 없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그것은 법을 넘어선 어떤 것이었다. 한 인간이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완성된 일을 마주했을 때 본능적으로 취하는 자세였다.
"일어나십시오, 스승님."
카엘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예전과 같았다. 그러나 그 목소리에는 예전에 없던 두께가 있었다. 침묵의 두께, 말의 두께, 망각의 두께, 기억의 두께, 그리고 왕좌의 두께.
세라누스는 일어섰다. 그는 카엘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 오래도록 감추어두었던 눈물이 천천히 차올랐다.
"너의 어머니가 이 순간을 보았더라면."
"어머니는 이 순간을 보고 계십니다."
카엘이 말했다. 그의 말에는 확신이 있었다. 그는 의자에 앉아 있는 동안, 어머니의 흰 꽃이 남긴 작은 별빛들을 느꼈다. 그 별빛들은 탑의 꼭대기까지 올라와, 그의 어깨 위에 내려앉아 있었다. 엘리아나는 사라졌으나, 동시에 사라지지 않았다. 그녀는 이제 별빛이 되어 아들의 어깨에 영원히 머무를 것이었다.
카엘은 의자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일어서는 그를 의자가 놓아주었다. 의자는 그가 평생 이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었다. 의자는 그가 이 자리에 앉을 자격이 있음을 확인해주는 상징일 뿐이었다. 왕좌는 장소가 아니라 상태라고 세라누스는 말했다. 카엘은 이제 그 말의 의미를 알았다. 그는 앉아 있든 서 있든, 걷고 있든 쉬고 있든, 잠들어 있든 깨어 있든, 이제 언제나 왕좌의 상태 속에 있을 것이었다.
"스승님. 저는 이제 이 탑을 떠나려 합니다."
세라누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로 가려 하느냐."
"돌아가려 합니다. 제가 이곳으로 오기 위해 지나온 그 길을 거꾸로. 북방으로. 케이른 마을로. 보르 할아버지의 대장간이 있던 자리로. 그리고 거기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일부터 시작하려 합니다. 대장간을 다시 세우는 일, 마을 사람들에게 보르 할아버지가 어떻게 죽었는지를 이야기해주는 일, 그 이야기를 이 세상이 기억하게 만드는 일. 잊혀진 왕좌의 첫 번째 의무는 잊혀진 것을 집으로 데려오는 것이라고 하셨지요. 그 의무를 저는 가장 가까운 곳부터 시작하려 합니다."
세라누스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것은 스승이 제자에게 지을 수 있는 가장 깊은 종류의 미소였다.
"네 어머니가 나에게 너를 맡긴 이유를 이제 알겠다. 그녀는 너에게 왕이 되라고 가르치지 않았다. 그녀는 너에게 기억하는 자가 되라고 가르쳤다. 가거라, 카엘. 네가 가는 모든 길 위에, 잊혀진 것들이 조용히 너를 따를 것이다."
카엘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돌아섰다. 그는 탑을 나가기 위해 왔던 길을 거꾸로 걷기 시작했다. 네 개의 방, 어둠의 방, 흰 빛의 방, 물의 방, 거울의 방. 그 방들을 지날 때마다 방들은 그를 향해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다시 만나자, 왕좌의 이름이여."
탑의 바깥으로 나왔을 때, 햇빛이 그의 얼굴을 따뜻하게 덮었다. 그는 오래도록 그 햇빛 아래 서 있었다. 그리고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남방의 공기였다. 그러나 그 공기 속에는 북방의 냄새도 섞여 있었다. 눈이 녹은 물의 냄새. 화로의 재 냄새. 오래된 쇠의 냄새. 보르의 냄새였다. 어머니가 그에게 남긴 또 다른 선물인 듯, 바람이 그 냄새를 그의 폐 속 깊이 밀어넣고 있었다.
그가 탑의 계단을 내려오기 시작할 때, 탑의 저 먼 남쪽에서 한 사람의 그림자가 걸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 그림자의 옆에는 작고 푸른 눈을 가진 짐승이 따라 걷고 있었다.
미라엘과 루나였다.
카엘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들 역시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들은 탑과 지평선의 중간쯤에서 서로 마주쳤다. 미라엘은 카엘의 얼굴을 한 번 보고, 미소 지었다. 그녀는 아무 말도 묻지 않았다.
"당신이 탑에서 내려오는 날이 오면 우리가 다시 만난다고 하셨죠."
카엘이 먼저 말했다. 그 말에는 그동안 배운 모든 언어가 담겨 있었다.
"루나가 당신을 먼저 알아봤어요."
미라엘이 웃으며 대답했다.
푸른 눈의 짐승이 카엘의 다리에 머리를 비비며 섰다. 카엘은 무릎을 굽혀 그 부드러운 털을 쓰다듬었다. 루나의 체온은 여전히 사람의 체온 같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체온이 카엘에게 더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는 이제 체온이라는 것이 단순히 몸의 열이 아님을 알았다. 체온은 한 존재가 다른 존재에게 건네는 가장 조용한 언어였다.
"이제 어디로 가십니까."
미라엘이 물었다.
카엘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 너머로 희미한 별빛이 낮 하늘 속에서도 반짝이고 있었다. 그것은 그의 어머니였다. 그리고 그의 형이었다. 그리고 보르 할아버지였다. 그리고 천 년 동안 그의 자리를 지켜준 모든 잊혀진 자들이었다.
"북방으로 돌아갑니다."
그가 말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혼자 가지 않겠습니다."
미라엘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의 발은 이미 카엘의 곁에 서 있었고, 루나는 이미 그의 발밑에 앉아 있었다. 세 개의 그림자가 남방의 햇빛 속에서 하나가 되어 북쪽을 향하고 있었다.
잊혀진 왕좌가 마침내 걷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