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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멸의 각인: 왕좌의 기억 공개

by 이작가 · 하이 판타지 · 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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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권 / 전 19권 하이 판타지 · 잊혀진 운명의 재림

파멸의 각인: 왕좌의 기억

몸에 새겨진 '잊힌 예언의 각인'과 함께 태어난 '잊혀진 자' 카엘. 자신을 쫓는 제국 심판관의 추적을 피하며, 그는 예언이 단순한 구원이 아닌, 세상을 뒤흔들 파멸이자 동시에 잊혀진 왕좌의 재림을 예고하는 최후의 경고임을 깨닫는다.

11. 에필로그 - 대장간의 불

에필로그 — 대장간의 불

봄이 북방에 도착하는 데에는 오래 걸렸다.

카엘이 케이른 마을에 다시 발을 들인 것은 첫눈이 녹기 시작한 어느 이른 새벽이었다. 마을은 그가 떠날 때와 거의 같았다. 무너진 대장간만이 그 자리에 여전히 검게 남아 있었고, 그 검은 재 위로 봄의 첫 새가 한 번 내려앉았다가 다시 날아올랐다. 카엘은 그 재 앞에 한참을 서 있었다. 그 뒤에 미라엘이 서 있었고, 그 옆에 루나가 앉아 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집에서 나왔다. 그들은 처음에는 카엘을 알아보지 못했다. 그는 떠날 때보다 조금 더 키가 커져 있었고, 눈빛이 많이 달라져 있었고, 입는 옷도 남방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먼저 그를 알아본 것은 목수 한바르였다.

"카엘."

한바르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두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는 몇 달 전 그 새벽에 남쪽 길에 낯선 사람들이 왔다고 알려주었던 그 사람이었다. 그날 이후로 그는 마을 사람들에게 보르의 죽음에 대해 자신이 책임이 있다고 말해왔다. 그가 보르에게 그 소식을 전하지 않았더라면 보르가 그 검을 꺼내지 않았을 것이고, 대장간이 불타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그는 그 죄책감을 짊어지고 살아왔다.

카엘은 한바르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당신의 책임이 아닙니다. 그것은 제 운명이었고, 제 운명은 아무도 대신 짊어질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보르 할아버지께서는 그 운명을 아셨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셨습니다. 당신은 그분의 일을 방해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분이 마지막 일을 완성하실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한바르의 어깨가 크게 들썩였다. 그는 울었다. 카엘은 그를 안아주었다. 그것이 카엘이 북방으로 돌아와서 처음으로 한 일이었다. 우는 사람 한 명을 안아주는 일. 왕좌의 이름이 된 자의 첫 번째 행동으로는 너무 작은 일이었지만, 그것이 바로 일곱 번째 왕좌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일이기도 했다.

그날 저녁, 카엘은 마을 사람들을 무너진 대장간의 터 앞에 불러 모았다. 그리고 그들에게 보르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보르가 십 년 동안 그를 어떻게 키웠는지. 보르가 어떤 손으로 쇠를 다루었는지. 보르가 마지막 순간에 어떻게 낡은 검을 던지고 카엘에게 뛰라고 외쳤는지. 그 이야기는 한 시간이 넘게 이어졌다. 마을 사람들은 아무도 말을 하지 않고 들었다. 북방의 침묵으로 들었다. 그것이 그들이 보르에게 바칠 수 있는 가장 좋은 조사였다.

이야기가 끝났을 때, 카엘은 품에서 작은 것을 꺼냈다. 그것은 그가 은빛 탑에서 받은 나침반이었다. 이미 빛을 잃은 나침반. 그는 그것을 대장간의 재 위에 놓았다.

"이 나침반은 저를 이곳에서 은빛 탑까지 인도해주었습니다. 이제 그 임무를 다했습니다. 저는 이것을 이 자리에, 보르 할아버지가 마지막으로 서 있던 이 자리에 묻으려 합니다. 언젠가 다시 누군가가 이 마을에서 무언가를 잃고 헤매는 날이 온다면, 이 나침반이 땅 속에서 깨어나 그 사람을 인도할 것입니다. 그것이 잊혀진 것을 집으로 데려오는 일입니다."

그는 무릎을 꿇고 재 속에 나침반을 묻었다. 그 순간 나침반의 한가운데에서 작은 별 하나가 마지막으로 반짝였다. 그 반짝임은 짧았으나, 그것을 본 마을 사람들 모두의 가슴에 무언가를 새겼다. 그들은 그것이 무엇인지 설명할 수 없었으나, 그날 이후로 케이른 마을의 아이들은 이상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흰 머리카락의 한 여자가 그들을 내려다보며 작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꿈이었다. 그 노래의 가사는 누구도 기억하지 못했으나, 그 멜로디만은 모두가 하루 종일 흥얼거릴 수 있었다.

엘리아나의 마지막 마법이, 북방의 아이들의 꿈속에 조용히 내려앉고 있었다.

그해 봄, 카엘은 대장간을 다시 세웠다.

미라엘은 몇 주 동안 그의 일을 도왔다. 루나는 대장간의 문 앞에 자리를 잡고 하루 종일 햇빛 속에 잠들어 있었다. 카엘은 보르에게서 배운 손놀림으로 쇠를 다루었다. 그의 손은 예전보다 정확해져 있었다. 그의 망치질에는 예전에 없던 리듬이 있었다. 왕좌의 리듬이었다. 그러나 그 리듬을 마을 사람들은 알아채지 못했다. 그들은 다만 새로 세워진 대장간에서 나오는 도구들이 예전 보르의 도구들보다 조금 더 가볍고, 조금 더 날카롭고, 조금 더 오래 쓸 수 있다는 사실만을 알았다.

카엘은 왕이라고 불리지 않았다. 그는 스스로도 그렇게 불리기를 원하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은 그를 여전히 카엘이라고 불렀다. 북방의 억양으로. 짧게. 침묵을 뒤에 붙인 채로. 그러나 그 이름을 부를 때마다, 부르는 자의 가슴 속에 아주 작은 평화가 한 줄기 흘러들어왔다. 그것이 잊혀진 왕좌가 하는 일이었다. 이름 하나를 조용히 맴돌며, 그 이름을 부르는 모든 사람의 가슴에 작은 평화를 심는 일.

어느 날 저녁, 미라엘은 카엘에게 떠난다고 말했다.

"저는 아직 찾아야 할 것이 남아 있어요. 잊혀진 것들은 세상 곳곳에 있고, 그들은 자기들을 알아봐줄 사람을 기다리고 있어요. 당신은 이제 이 자리에 머무르며 보르 할아버지의 일을 이어가세요. 저는 다른 잊혀진 것들을 찾아다니다가, 언젠가 당신이 기억해야 할 무언가를 발견하면 돌아올게요. 루나는 여기에 두고 갈게요. 이 아이가 당신을 지켜줄 거예요."

카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미라엘을 붙잡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알았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함께하는 사람은 반드시 곁에 있어야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진정으로 함께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의 길을 걷는 동안에도 상대방의 길을 마음에 품는 사람이라는 것을. 미라엘과 그는 이미 그런 사이가 되어 있었다.

미라엘이 떠나던 날, 루나는 카엘의 발치에 머물렀다. 푸른 눈의 짐승은 미라엘이 지평선 너머로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를 지켰고, 그녀가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조용히 대장간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루나는 이제 카엘의 동반자였다.

세월이 흘렀다.

케이른 마을의 아이들이 자라났다. 그들 중 몇몇은 대장간에서 카엘에게 쇠를 다루는 법을 배웠고, 몇몇은 마을을 떠나 남방으로 내려가 순례자가 되었다. 마을 사람들은 카엘을 '기억하는 자'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그는 잊혀진 것들을 결코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죽은 자의 이름, 사라진 집의 위치, 오래전에 버려진 약속,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작은 호의. 그는 그 모든 것을 기억했고, 때때로 그것을 마을 사람들에게 되돌려주었다. 한 가족의 잃어버린 조부의 이름을 알려주기도 했고, 오래전에 묻힌 우물의 위치를 가리키기도 했으며, 이미 끊어진 사이였던 두 형제를 화해시키기도 했다.

그는 왕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의 주변에서 세상은 조금씩 자기 자신을 기억해나갔다. 그것이 일곱 번째 왕좌가 세상에 돌아온 방식이었다. 거창한 대관식도 없었고, 새로운 왕조도 세워지지 않았고, 지도 위의 경계선이 바뀌지도 않았다. 다만 잊혀졌던 것들이, 아주 조용히, 자신들의 자리를 되찾아가고 있을 뿐이었다.

어느 겨울밤, 카엘은 대장간의 화로 앞에 혼자 앉아 있었다. 루나가 그의 발치에 잠들어 있었다. 그는 화로의 불꽃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불꽃 속에서 그는 보르의 얼굴을 보았다. 어머니의 얼굴을 보았다. 형의 얼굴을 보았다. 미라엘의 얼굴을 보았다. 그리고 그 얼굴들 뒤에, 아직 만나지 못한 수많은 얼굴들이 있었다. 그가 앞으로 기억해야 할 얼굴들, 그가 앞으로 집으로 데려와야 할 이름들.

그는 미소 지었다. 그리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혼잣말을 했다.

"잊혀진 것은 없다. 다만 잠시, 자기 자신의 이름을 잊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나는 그 이름들을 모아, 하나씩 돌려줄 것이다. 이것이 나의 왕좌이고, 이것이 나의 이름이다."

그의 말이 화로의 불꽃 속으로 흘러들어갔다. 불꽃은 한 번 밝게 타올랐다가, 다시 고요해졌다. 루나가 잠결에 꼬리를 한 번 흔들었다.

그리고 그 고요한 밤, 북방의 하늘 위로 작은 별 하나가 유난히 밝게 반짝였다. 그것은 어머니의 별이었다. 그 별 옆에 조금 더 희미한 별 하나가 함께 빛나고 있었다. 그것은 형의 별이었다. 두 별은 어깨를 나란히 한 채로, 그들의 아들이자 동생인 자가 화로 앞에 앉아 있는 모습을, 천 년 만에 처음으로 평온한 마음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렇게 잊혀진 왕좌의 첫 번째 밤이, 북방의 고요 속에서 깊어가고 있었다.

그 밤은 길었고, 그 밤은 따뜻했고, 그 밤은 끝나지 않을 것이었다.

— 1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