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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멸의 각인: 왕좌의 기억 공개

by 이작가 · 하이 판타지 · 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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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권 / 전 19권 하이 판타지 · 잊혀진 운명의 재림

파멸의 각인: 왕좌의 기억

몸에 새겨진 '잊힌 예언의 각인'과 함께 태어난 '잊혀진 자' 카엘. 자신을 쫓는 제국 심판관의 추적을 피하며, 그는 예언이 단순한 구원이 아닌, 세상을 뒤흔들 파멸이자 동시에 잊혀진 왕좌의 재림을 예고하는 최후의 경고임을 깨닫는다.

13. 간주 2 - 보르의 화로

간주 2 — 보르의 화로

보르는 원래 케이른 마을 사람이 아니었다.

그의 이름은 태어날 때부터 보르였다. 북방의 말로 '두드리는 자'라는 뜻이었다. 그 이름을 그의 아버지가 지어주었고, 그의 아버지 또한 대장장이였다. 보르는 네 살 때부터 아버지의 화로 옆에 앉아 있었다. 그는 불의 색깔로 쇠의 상태를 읽는 법을 먼저 배웠고, 그 다음에 말을 배웠다. 그래서 그에게 불은 언제나 언어보다 먼저 있는 것이었다. 불이 먼저고, 말은 그 다음이다. 그것이 그의 평생의 믿음이었다.

보르의 원래 마을은 케이른에서 이레 길을 더 북쪽으로 올라가야 나오는 '카무트'라는 곳이었다. 카무트는 북방에서도 가장 북쪽에 있는 마을이었으며, 그곳에서는 여름이 있다는 말조차 잘 통하지 않았다. 카무트 사람들은 여름을 '잠시 얼음이 무른 계절'이라고 불렀다. 보르는 그 마을에서 스물다섯 해를 살았다. 그의 아내는 카무트에서 자란 아그나라는 여자였고, 그들 사이에는 한 아이가 있었다. 아이의 이름은 에르신이었다. '작은 화로'라는 뜻이었다.

에르신은 여섯 살이 되던 해 겨울에 죽었다.

그 겨울은 특별히 혹독했다. 카무트에서 가장 오래 살아온 노인들조차 그런 겨울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마을의 우물이 얼어붙은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으나, 그해 겨울에는 우물 안쪽까지 얼음이 가득 차올랐고, 그 얼음은 사람이 깨려고 해도 깨지지 않았다. 마치 얼음이 자기 자신의 의지로 그 우물을 점령하기로 결정한 것 같았다. 물이 없어지자 마을의 아이들이 가장 먼저 약해졌다. 그리고 약해진 아이들 중 가장 작은 아이가 에르신이었다.

보르는 에르신이 아파 누워 있는 동안 대장간의 화로를 한 번도 끄지 않았다. 그는 아이의 몸이 따뜻해져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그는 화로의 불씨를 끊임없이 돌보았고, 그 불에서 나오는 열기를 아이의 방으로 보내기 위해 집의 벽을 허물기까지 했다. 그러나 화로의 열기로는 에르신을 구할 수 없었다. 그해 겨울의 추위는 어떤 불로도 녹일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에르신은 화로의 붉은 빛이 방 안에 가득 찬 어느 새벽에 숨을 거두었다. 아이의 마지막 말은 "아버지, 화로가 따뜻해요"였다.

보르는 그날 이후로 화로의 불빛을 오래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는 여전히 쇠를 다루었다. 그의 손은 여전히 정확했고, 그의 망치질은 여전히 리듬을 유지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만드는 도구에서 더 이상 만족을 느끼지 못했다. 그는 아그나와 함께 카무트를 떠나기로 했다. 떠나지 않으면 자기 자신이 화로 속으로 걸어 들어가게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남쪽으로 내려갔다. 케이른 마을에 도착했을 때, 보르는 서른 살이었다. 아그나는 카무트와 케이른의 중간쯤 되는 어느 골짜기에서 병을 얻어 먼저 떠났다. 보르는 그녀를 골짜기의 둥근 돌 아래에 묻고 혼자 케이른에 도착했다. 그는 마을에 자신의 과거를 말하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은 그를 '남쪽에서 올라온 대장장이'로만 알았다. 그가 북쪽에서 내려온 사람이라는 사실조차 그들은 몰랐다.

보르는 대장간을 지었다. 그는 쇠를 다시 다루었다. 그러나 그는 이제 화로의 불빛을 볼 때마다 에르신의 작은 얼굴을 보았고, 그 얼굴은 언제나 그에게 "아버지, 화로가 따뜻해요"라고 말했다. 그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손에 쥔 망치를 떨어뜨릴 뻔했다. 그러나 한 번도 떨어뜨리지 않았다. 북방의 대장장이는 망치를 떨어뜨리지 않는다. 망치를 떨어뜨리는 순간 대장장이는 자격을 잃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십 년이 흘렀다.

보르는 쉰 살의 노인이 되어 있었다. 그의 머리카락은 완전히 하얘져 있었고, 그의 등은 조금 굽어 있었으며, 그의 손가락 마디는 굵어져 있었다. 그는 결혼하지 않았다. 아이를 낳지 않았다. 친구도 많이 두지 않았다. 그는 대장간과 화로와 쇠와 함께 살았다. 그것이 그의 전부였다.

그 어느 봄날 저녁, 한 여자가 그의 대장간 문을 두드렸다.

보르는 문을 열고 그녀를 보았다. 그녀는 낯설었고, 젊었고, 아름다웠고, 무엇보다 지쳐 있었다. 그녀의 품에는 작은 아이가 안겨 있었다. 갓난아이였다. 여자는 보르의 얼굴을 오래도록 바라본 뒤에 입을 열었다.

"당신이 보르 대장장이입니까."

"그렇소."

"당신은 카무트에서 내려온 사람이군요."

보르의 심장이 한 번 크게 뛰었다. 그가 카무트에서 왔다는 사실은 이 마을 누구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 처음 보는 여자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필요가 없었다. 그녀는 이미 자신의 말이 맞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제 이름은 엘리아나입니다. 저는 당신을 여러 해 동안 찾아왔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저는 당신을 찾은 것이 아니라, 어떤 표시를 따라왔습니다. 그 표시가 저를 당신의 화로 앞으로 인도했습니다. 저는 한 가지만을 부탁드리러 왔습니다. 이 아이를, 저 대신 길러주십시오."

보르는 아이를 보았다. 아이는 잠들어 있었다. 작은 주먹을 입가에 대고, 북방의 겨울보다 훨씬 조용한 숨소리로 잠든 아이였다. 보르는 그 아이의 얼굴에서 어떤 것을 보았다. 그것은 에르신의 얼굴이 아니었다. 에르신과는 다른 아이였다. 그러나 그 얼굴의 어딘가에, 에르신이 남기고 간 빈 자리를 알아보는 무언가가 있었다.

"왜 저입니까."

보르가 물었다.

엘리아나는 한참 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품 안의 아이를 한 번 내려다본 뒤, 다시 보르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은 없었지만, 눈물보다 더 무거운 어떤 것이 있었다.

"당신은 이미 한 아이를 잃어보신 분입니다. 잃어본 사람만이 진짜로 키울 수 있습니다. 키운다는 것은 단순히 먹이고 재우는 것이 아닙니다. 키운다는 것은 이 아이가 언젠가 당신의 품을 떠나 자신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일입니다. 한 번 아이를 떠나 보내본 사람만이, 다음 아이를 온전히 떠나 보낼 줄 압니다. 저는 오직 그런 사람에게 이 아이를 맡길 수 있습니다."

보르는 오래도록 침묵했다.

그리고 마침내 손을 내밀었다.

엘리아나는 그에게 아이를 건넸다. 보르의 두꺼운 팔에 아이가 안기는 순간, 그의 몸 안의 무언가가 이십 년 만에 처음으로 움직였다. 그것은 슬픔도 아니었고 기쁨도 아니었다. 그것은 다시 무언가를 사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었다. 그는 그 가능성을 두 팔로 안았다.

"아이의 이름은."

그가 물었다.

엘리아나는 한 발 물러서며 고개를 저었다.

"이름을 부르지 말아주십시오. 그 이유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다만 약속해주십시오. 이 아이에게 이름 대신 다른 것을 주어달라고. 화로의 온기, 망치의 리듬, 북방의 침묵. 그것들이 이 아이의 이름을 대신할 것입니다. 언젠가 이 아이가 자신의 진짜 이름을 찾아야 할 날이 올 것입니다. 그날까지, 당신이 이 아이에게 줄 것은 이름이 아닌 다른 모든 것입니다."

보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엘리아나는 뒤로 두 걸음 물러섰다. 그리고 다시 보르를 바라보았다.

"한 가지 더. 저 대장간의 가장 높은 선반 위에, 제가 검 한 자루를 놓고 가겠습니다. 검은 천에 싸서. 그 검은 평생 꺼내지 마십시오. 꺼내야 할 날이 오면, 그날 당신은 스스로 알 것입니다. 그 검의 이름은 묻지 마십시오. 이름을 모르는 편이 당신과 이 아이 모두를 지킬 것입니다."

"알겠소."

엘리아나는 품 안에서 오래된 천에 싸인 검 한 자루를 꺼내 대장간의 가장 높은 선반 위에 올려놓았다. 그녀의 움직임은 정확했고 단정했다. 그녀는 한 번 더 아이를 바라본 뒤, 보르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리고 돌아섰다.

"엘리아나 부인."

보르가 그녀를 불렀다. 그것은 부탁이었다. 한 번만 더 그녀의 얼굴을 보고 싶다는.

엘리아나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녀의 목소리만 허공에 남았다.

"뒤돌아보는 순간, 저는 이 아이를 두고 가지 못합니다. 그러니 저를 부르지 말아주세요. 부디."

보르는 입을 다물었다. 그녀가 문을 나설 때까지, 그는 한마디도 더 하지 못했다. 문이 닫힌 뒤에 그는 아이의 작은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대었다. 이십 년 만에 처음으로, 그는 화로의 불빛이 두렵지 않았다.

그날 이후로 보르는 다시 화로의 불을 오래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불은 그에게 다시 언어가 되었다. 아이가 자라는 동안 보르는 불의 색깔로 아이의 기분을 읽는 법을 가르쳤고, 쇠의 소리로 마음의 떨림을 구별하는 법을 가르쳤으며, 망치의 리듬으로 호흡을 고르는 법을 가르쳤다. 아이는 말을 늦게 배웠다. 그러나 그 아이는 말 이전의 것들을 먼저 배운 아이였다.

어느 날 저녁, 아이가 다섯 살이 되었을 때, 보르는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화로의 불을 함께 바라보았다. 그리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자기 자신도 모르게 그 이름을 한 번 불렀다.

"에르신아."

아이는 고개를 들어 보르를 바라보았다. 아이는 그 이름이 자기 것이 아닌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이름에 담긴 슬픔도 느끼고 있었다. 아이는 조용히 보르의 가슴에 작은 얼굴을 묻었다.

보르는 그 작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화롯불 속으로 속삭였다.

"미안하다. 너의 이름이 아니라는 걸 안다. 다만 내가 오늘만 너에게 이 이름을 빌려주고 싶었다. 내 아들의 이름을, 너에게."

아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의 작은 손이 보르의 투박한 손가락 하나를 꼭 쥐었다. 그것은 북방 아이의 침묵 방식으로 건네는 대답이었다. "저는 괜찮아요. 할아버지도 괜찮으실 거예요."

그날의 대화는 두 사람 사이에만 있었다. 대장간의 화롯불조차 조용히 듣고 있었다. 그리고 그 화롯불은, 십이 년이 지난 어느 아침, 회색 망토들이 문을 열고 들어오던 그 순간까지, 그 대화를 자기 안에 간직하고 있었다.

보르가 선반 위의 낡은 검을 마지막으로 꺼내 던지던 그 순간, 화로는 마지막으로 한 번 크게 타올랐다. 그것은 에르신의 이름이 이 세상에 한 번 더 호명되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보르가 자기 자신의 천 년을 완성하는 방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