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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멸의 각인: 왕좌의 기억 공개

by 이작가 · 하이 판타지 · 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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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권 / 전 19권 하이 판타지 · 잊혀진 운명의 재림

파멸의 각인: 왕좌의 기억

몸에 새겨진 '잊힌 예언의 각인'과 함께 태어난 '잊혀진 자' 카엘. 자신을 쫓는 제국 심판관의 추적을 피하며, 그는 예언이 단순한 구원이 아닌, 세상을 뒤흔들 파멸이자 동시에 잊혀진 왕좌의 재림을 예고하는 최후의 경고임을 깨닫는다.

15. 간주 4 - 미라엘의 첫 순례

간주 4 — 미라엘의 첫 순례

미라엘은 순례자가 되기로 선택한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순례자가 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녀가 태어난 곳은 남방의 작은 어촌이었다. 마을의 이름은 '세 개의 바위'. 해변에 세 개의 큰 바위가 나란히 서 있다 하여 붙은 이름이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어부였고, 어머니도 어부의 딸이었으며, 그녀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바다에서 살았다. 미라엘의 가문은 대대로 바다와 함께 숨쉬었다. 그녀가 세 살이 되었을 때, 그녀는 이미 바닷물의 소금 농도를 혀로 구별할 수 있었다. 그녀가 다섯 살이 되었을 때, 그녀는 밀물과 썰물의 차이를 자신의 작은 발로 배웠다. 그녀가 일곱 살이 되었을 때, 그녀의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날은 특별한 날이 아니었다. 평범한 봄날 아침이었다. 미라엘의 아버지는 다른 네 명의 어부와 함께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 그들은 저녁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았다. 밤이 되어도. 다음 날 아침이 되어도. 사흘이 지났을 때, 마을 사람들은 바다의 한가운데로 다른 배를 보냈다. 그들은 부서진 배의 조각들을 건져 올렸다. 그러나 사람의 시신은 한 구도 찾지 못했다. 그것이 바다가 때때로 하는 일이었다. 바다는 사람을 데려가되, 그 사람의 몸을 돌려주지 않았다. 마치 그 사람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미라엘의 어머니는 아버지의 빈 장례를 치렀다. 시신이 없는 장례였다. 마을 사람들은 아버지의 이름을 새긴 작은 돌 하나를 해변의 세 개의 바위 옆에 놓아주었다. 그것이 아버지의 묘였다. 미라엘은 그 돌 앞에 앉아서 울지 않았다. 그녀는 울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아버지가 정말로 죽었다는 것을 믿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신이 없으면 죽음은 완전하지 않았다. 그것이 미라엘이 일곱 살 때 배운 첫 번째 잊혀짐의 법칙이었다. 완전히 잊혀지지 못한 것은, 언젠가 다시 돌아온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떠난 뒤 이 년 동안 앓아 누웠다.

그 이 년 동안 미라엘은 어머니를 대신해서 집안일을 했다. 아홉 살의 그녀는 물을 긷고, 빵을 굽고, 어머니에게 죽을 떠먹여주었다. 어머니는 죽기 전에 미라엘에게 한 가지 말을 남겼다.

"너는 여기 있으면 안 된다. 이 마을을 떠나라. 이 바다를 떠나라. 너의 아버지는 죽은 것이 아니다. 바다가 그를 가져간 것이다. 바다가 가져간 것은 바다의 것이 되어 그 속에 녹는다. 그러나 너의 아버지는 녹지 않았다. 나는 꿈 속에서 그를 본다. 그는 어딘가에 있다. 잊혀진 채로. 네가 그를 찾아야 한다. 네가 자라서 그를 찾으러 가는 길 위에서, 너는 많은 잊혀진 것들을 만날 것이다. 그 잊혀진 것들을 도와주어라. 그것이 네가 너의 아버지를 찾는 방법이다."

어머니는 그 말을 마치고 숨을 거두었다.

아홉 살의 미라엘은 어머니의 장례를 혼자 치렀다.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고아원으로 보내려 했다. 그러나 미라엘은 그날 밤 해변의 세 개의 바위 옆에서 아버지의 작은 묘비를 뽑아 자신의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 어머니가 입던 낡은 외투를 걸치고 마을을 떠났다. 그녀는 어머니의 마지막 말을 따라, 북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녀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다만 '잊혀진 것들을 찾아라'는 말만을 따라 걸었다. 그녀는 마을에서 마을로 옮겨다녔다. 각 마을에서 며칠씩 머물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녀가 듣고 싶었던 것은 '잃어버린 것에 대한 이야기'였다. 어떤 마을에서는 잃어버린 우물에 대해 들었고, 어떤 마을에서는 잃어버린 시를 들었으며, 어떤 마을에서는 오래전에 죽은 어느 노파가 혼자만 알고 있던 약초의 이름을 들었다.

미라엘은 그 이야기들을 모았다. 가방 속에 작은 수첩이 있었고, 그 수첩에 그녀는 자신이 들은 모든 잊혀진 것들을 적었다. 그녀는 때때로 그 잊혀진 것들을 찾으러 갔다. 잃어버린 우물이 있다고 하면 그 자리를 찾아 이틀을 파기도 했다. 잊혀진 약초가 있다고 하면 산을 며칠씩 헤매기도 했다. 그녀가 성공한 경우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한 번 성공할 때마다 그녀는 그것을 원래 이야기를 해주었던 사람에게 돌려주었다. 우물을 파낸 마을은 그녀를 평생 기억했고, 약초를 찾은 노파의 손녀는 그녀에게 자기 가족이 삼대째 지켜온 작은 은반지를 선물했다.

미라엘이 루나를 만난 것은 그녀가 열네 살이 되던 해였다.

그때 그녀는 남방과 중앙 평원 사이의 경계에 있는 어느 숲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 숲은 사람들이 '꿈의 숲'이라고 부르는 곳이었다. 꿈의 숲에 들어가면 사람들은 자기가 가장 그리워하는 것을 잠시 본다고 했다. 그러나 그 봄은 꿈일 뿐이었고, 꿈이 사라지는 순간 사람은 전보다 더 외로워졌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꿈의 숲을 피했다.

미라엘은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일부러 그 숲에 들어갔다. 그녀는 자신이 가장 그리워하는 것을 만나고 싶었다. 아버지의 얼굴. 어머니의 건강했던 시절. 세 개의 바위 해변의 파도 소리. 그녀는 그 꿈들을 원했다.

숲에 들어간 지 하루 만에, 그녀는 꿈을 만났다.

그녀의 앞에 그녀의 아버지가 서 있었다. 아버지는 젊었고, 수염이 깔끔했으며, 그녀가 마지막으로 본 그 모습 그대로였다. 미라엘은 아버지를 향해 뛰어갔다. 아버지는 두 팔을 벌려 그녀를 안았다. 그의 품은 따뜻했다. 너무 따뜻해서, 미라엘은 일곱 살로 돌아간 것 같았다.

"미라엘,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

그 목소리조차 아버지의 목소리였다.

미라엘은 그 품 안에서 오랫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그녀는 울었다. 처음으로 울었다. 어머니가 죽었을 때도 울지 못했던 그녀가, 이 꿈 속의 아버지 앞에서는 울 수 있었다. 그녀는 울면서 깨달았다. 이것이 꿈이라면, 이 꿈은 자신이 가장 원하는 것이다. 자신이 이 꿈 속에 평생 머물러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깥의 세상으로 돌아가야 할 이유가 그녀에게는 없었다. 어머니도 죽었고, 마을도 떠났으며, 그녀가 모으는 잊혀진 것들은 그녀에게 작은 기쁨은 주었지만 큰 가족은 주지 못했다. 그러니 이 꿈 속에 머무르자.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그녀는 자기 자신이 꿈에 먹혀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꿈의 숲은 그런 곳이었다. 꿈이 너무 달콤해서,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꿈 속에 녹아 사라져갔다.

그 순간, 작은 울음 소리가 들렸다.

미라엘은 고개를 들었다. 아버지의 품에서 한 걸음 떨어졌다. 울음 소리는 숲의 깊은 곳에서 들려왔다. 어린 짐승의 울음 소리였다. 외롭고 약한 짐승. 미라엘의 몸이 먼저 반응했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그 소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아버지가 그녀를 불렀다.

"미라엘. 어디로 가느냐. 이쪽으로 돌아오너라."

미라엘은 잠시 멈췄다. 그러나 울음 소리가 한 번 더 들렸다. 그것은 꿈이 아니었다. 꿈 속에서는 다른 생명의 아픔이 들리지 않는다. 꿈 속에서는 자기 자신의 그리움만이 들릴 뿐이다. 그런데 이 울음 소리는 그녀의 그리움과는 아무 관련이 없었다. 그것은 바깥 세상의 소리였다. 진짜 세상의 소리였다.

미라엘은 아버지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한 번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 꿈 속의 아버지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아버지, 저는 당신을 사랑해요. 그러나 저는 당신을 찾으러 가야 해요. 꿈 속의 당신이 아니라, 진짜 당신을요. 제가 잊혀진 것들을 찾는 이유는, 당신이 그 잊혀진 것들 중 어딘가에 있기 때문이에요. 그러니 저는 이 꿈에 머물 수 없어요."

꿈 속의 아버지는 천천히 미소 지었다. 그 미소는 슬프지 않았다. 오히려 자랑스러워하는 미소였다.

"그래. 가거라. 네 엄마가 너에게 준 말을 따라 살아가거라. 네가 나를 찾지 못해도 괜찮다. 너는 찾는 길 위에서 이미 나를 만나고 있는 것이다."

아버지의 모습이 공기 속으로 흩어졌다. 미라엘은 울면서 숲의 깊은 곳을 향해 달렸다.

울음 소리의 근원에서 그녀는 한 마리의 작은 짐승을 발견했다. 그것은 여우보다 조금 크고 개보다 조금 작았으며, 온몸이 은빛과 갈색이 섞인 털로 덮여 있었고, 눈은 놀라울 만큼 푸르렀다. 그 짐승은 어미를 잃은 상태였다. 어미의 시체가 근처에 쓰러져 있었다. 어미의 몸에 화살이 꽂혀 있었는데, 그 화살은 사냥꾼의 것이 아니라 꿈의 숲 자체가 쏘아낸 것처럼 보였다. 꿈의 숲에 너무 가까이 다가온 어미의 영혼을, 숲이 자기의 꿈 속으로 끌고 가려고 한 것이었다.

새끼는 어미의 시체 옆에서 울고 있었다. 그러나 그 울음은 단순한 배고픔의 울음이 아니었다. 그것은 잊혀지지 않으려는 울음이었다. 나를 잊지 말아줘, 나를 여기 두고 가지 말아줘. 그렇게 말하는 울음이었다.

미라엘은 그 짐승을 두 팔에 안았다. 짐승은 처음에는 경계했다. 그러나 미라엘의 품이 꿈 속 아버지의 품만큼 따뜻하다는 것을 알아차리자, 경계를 풀었다. 푸른 눈의 짐승은 미라엘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작게 숨을 쉬었다.

"너의 이름을 루나라고 부르자."

미라엘이 말했다.

"루나. 달이라는 뜻이야. 달은 바다가 가장 사랑하는 것이야. 밀물과 썰물이 달의 뜻대로 움직이거든. 내 아버지는 바다의 사람이었어. 너를 루나라고 부르는 것은, 내가 바다를 잊지 않겠다는 약속이야."

푸른 눈의 짐승은 고개를 들어 미라엘을 바라보았다. 그 눈은 이해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미라엘은 그 순간 알았다. 자신은 이제 혼자가 아니다. 그녀는 자신의 순례의 동반자를 찾은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녀의 순례가 자신의 첫 번째 잊혀진 생명을 그녀에게 데려다 준 것이었다.

그들은 함께 꿈의 숲을 빠져나왔다. 숲을 나오던 그 아침, 햇빛이 두 사람에게 동시에 떨어졌다. 미라엘은 자신의 그림자와 루나의 그림자가 나란히 놓여 있는 것을 보았다. 두 개의 그림자는 각자의 것이었으나, 그 사이의 공간은 비어 있지 않았다. 그 사이에 세 번째 그림자가 있었다. 형태는 없었지만 존재감은 분명한 세 번째 그림자. 미라엘은 그 그림자가 누구의 것인지 설명할 수 없었다. 다만 그녀는 알았다. 그 그림자는 언젠가 그녀가 만날 누군가의 것이라고. 그날이 올 때까지, 그녀는 루나와 함께 걸어야 한다고.

그녀는 열네 살이었다.

그녀가 카엘을 만나기까지는 아직 육 년이 더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