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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멸의 각인: 왕좌의 기억 공개

by 이작가 · 하이 판타지 · 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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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권 / 전 19권 하이 판타지 · 잊혀진 운명의 재림

파멸의 각인: 왕좌의 기억

몸에 새겨진 '잊힌 예언의 각인'과 함께 태어난 '잊혀진 자' 카엘. 자신을 쫓는 제국 심판관의 추적을 피하며, 그는 예언이 단순한 구원이 아닌, 세상을 뒤흔들 파멸이자 동시에 잊혀진 왕좌의 재림을 예고하는 최후의 경고임을 깨닫는다.

16. 간주 5 - 침묵의 기사단의 기원

간주 5 — 침묵의 기사단의 기원

침묵의 기사단의 첫 번째 기사는 카이라스가 아니었다.

카이라스는 스물일곱 번째 기사였다. 그 앞에 스물여섯 명이 있었으며, 그들은 모두 같은 사람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같은 영혼을 나누어 가진 스물여섯 명의 사람이었다. 그들은 첫 번째로 잊혀진 자가 천 년 동안 거쳐간 몸들이었다.

형이 왕좌 앞에서 자기 자신의 이름을 포기한 그 순간, 그의 영혼은 더 이상 한 몸 안에 머무를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신들이 그의 잠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잠들지 않은 채로 천 년을 살아야 하는 인간은 없다. 그래서 신들은 그에게 한 가지 선물을 주었다. "너는 한 몸이 늙으면 다음 몸으로 옮겨갈 수 있다. 그러나 옮겨갈 때마다 너는 네 자신의 일부를 그 몸에 남기고 떠나야 한다. 그것이 천 년을 살아가는 값이다."

첫 번째 몸은 형 자신의 원래 몸이었다. 그 몸으로 그는 오십 해를 더 살았다. 오십 해 동안 그는 자기 동생의 잠을 지키기 위해 세상 곳곳을 떠돌았다. 그가 가는 곳에서 일곱 번째 왕좌의 기운이 느껴지면, 그는 그것을 잠재웠다. 그의 목적은 단 하나였다. 왕좌가 너무 일찍 깨어나지 않도록 지키는 것. 동생이 돌아올 때까지 시간을 벌어주는 것.

그러나 오십 해가 지나자 그의 몸은 더 이상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없었다. 그는 남방의 어느 산 속의 동굴에서 처음으로 몸을 바꾸었다. 그 동굴 속에 죽어가는 한 늙은 사제가 있었다. 사제는 이름도 없었고, 가족도 없었다. 그는 혼자 살다 혼자 죽으려는 사람이었다. 첫 번째로 잊혀진 자는 그 사제 앞에 섰다. 그리고 사제에게 말했다.

"당신의 몸을 빌려도 되겠습니까."

사제는 눈을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사제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상하게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사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순간, 첫 번째로 잊혀진 자는 자신의 원래 몸에서 빠져나와 사제의 몸 속으로 들어갔다. 그의 원래 몸은 동굴의 바닥에 쓰러졌고, 사제의 몸은 일어서서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걷기 시작한 그 몸은 완전히 형의 영혼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몸 속에는 사제의 영혼의 잔재가 남아 있었다. 사제는 완전히 떠나지 않았다. 사제의 기도가, 사제의 외로움이, 사제의 마지막 생각이 그 몸 안에 남았다. 첫 번째로 잊혀진 자는 그 잔재와 함께 살아가야 했다.

그것이 첫 번째 몸 바꾸기였다. 그리고 그 순간, 그가 처음으로 자기 자신의 일부를 잃었다. 그는 원래 몸의 이름을 잃었다. 그는 자신을 무엇이라 불러야 할지 알 수 없게 되었다.

두 번째 몸은 중앙 평원의 한 기사였다. 세 번째 몸은 동방 사막의 한 상인이었다. 네 번째 몸은 지하 광맥의 한 광부였다.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일곱 번째. 그는 각기 다른 삶을 살았다. 각 삶마다 그는 자기 자신의 일부를 그 몸에 남겼다. 기사의 몸에는 용기를, 상인의 몸에는 계산을, 광부의 몸에는 인내를. 그리고 동시에 그는 그 몸의 잔재를 자기 안에 받아들였다. 기사의 자존심, 상인의 탐욕, 광부의 어둠.

열 번째 몸 정도가 되었을 때, 그는 이미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잊어가고 있었다. 그는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자기 얼굴을 알아보지 못했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 몸은 원래 그의 몸이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더 무서운 것은, 그가 어느 순간부터 자기 자신이 누구였는지조차 기억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는 원래 '형'이었는가. 아니면 '형'이라는 역할을 맡은 어떤 익명의 사람이었는가. 그는 정말 동생을 사랑했는가. 아니면 사랑한다는 것을 의무로 받아들였을 뿐인가.

열다섯 번째 몸이 되었을 때, 그는 처음으로 다른 사람들을 자신의 주변에 모으기 시작했다. 그것은 외로움 때문이었다. 천 년을 혼자 살 수 없다는 것을, 그는 그제서야 알았다. 그는 자신의 목적에 공감하는 몇 명의 사람을 찾아냈다. 그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모두 자기 자신의 이름을 어떤 이유로 잃은 사람들이었다. 전쟁에서 기억을 잃은 군인, 사고로 얼굴을 바꾼 상인, 저주에 걸려 자신이 누구인지 잊은 학자. 그들에게 그는 말했다.

"나는 당신들과 같다. 나도 내 이름을 잃었다. 우리는 이름 없는 자들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름 없는 상태에서도 한 가지 목적을 가질 수 있다. 세상에는 일곱 개의 왕좌가 있었다. 그중 여섯 개는 호명되었지만, 일곱 번째 왕좌는 아직 호명되지 않았다. 나는 그 일곱 번째 왕좌를 지키는 자다. 왕좌가 영원히 잠들어 있도록 지키는 자. 왜냐하면 그 왕좌가 깨어나는 순간, 세상의 균형이 다시 한 번 흔들릴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같은 이름 없는 자들은 그 흔들림을 감당할 수 없다. 우리의 마지막 안식마저 잃게 될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왕좌가 잠들어 있도록, 우리 자신의 침묵을 바쳐야 한다."

그가 모은 사람들은 그의 말을 받아들였다. 그들은 스스로를 '침묵의 기사단'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그들의 상징은 부러진 혀였다. 부러진 혀는 이름을 잃은 자의 표시였고, 말할 수 없는 목적을 가진 자의 표시였으며, 오직 침묵만이 자기 자신을 지킬 수 있다고 믿는 자의 표시였다.

기사단은 천천히 커졌다. 그러나 그 커짐은 조심스러웠다. 너무 많은 사람이 들어오면 침묵이 깨지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언제나 스물한 명을 유지했다. 한 명이 죽으면 다른 한 명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 스물한 명의 위에는 언제나 첫 번째로 잊혀진 자가 있었다. 그는 몸을 바꾸어가며 기사단의 수장 자리를 이어갔다. 기사단의 사람들은 그가 몸을 바꾼다는 사실을 처음에는 몰랐다. 그들은 수장이 언제나 새로운 얼굴로 나타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면서도, 그 이상함을 따져 묻지 않았다. 기사단의 법은 '왜'를 묻지 않는 것이었다. 왜를 묻는 순간 침묵이 깨지기 때문이었다.

카이라스는 기사단의 역사에서 특별한 몸이었다. 그는 스물일곱 번째 몸이었고, 가장 오래 유지된 몸이었다. 첫 번째로 잊혀진 자는 카이라스의 몸을 이백 해 동안 입고 있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카이라스의 몸이 가장 깔끔했기 때문이다. 카이라스의 원래 영혼은 거의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마치 처음부터 이 몸이 첫 번째로 잊혀진 자를 위해 준비된 것처럼, 카이라스의 몸은 투명했고 저항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카이라스의 몸 안에서 가장 편안하게 자기 자신을 보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백 해가 지나자, 카이라스의 몸도 조금씩 늙어갔다. 그리고 그 몸 안에서 첫 번째로 잊혀진 자의 두 마음이 점점 더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동생을 보호하고 싶은 마음과, 동생이 왕좌에 앉는 것을 막고 싶은 마음. 두 마음은 처음에는 하나로 엉켜 있었다. 그러나 카이라스의 몸 안에서 그 두 마음은 조금씩 분리되기 시작했다. 첫 번째로 잊혀진 자는 때때로 자기 자신이 두 명의 사람인 것처럼 느꼈다. 한 명은 동생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이었고, 다른 한 명은 동생을 가로막는 사람이었다.

그 분리가 완성된 순간이, 침묵의 기사단이 둘로 나뉘는 순간이었다. 카이라스의 몸을 빌린 첫 번째로 잊혀진 자의 한쪽 마음은, 기사단의 일부를 이끌고 북방으로 향했다. 그들의 목적은 엘리아나와 카엘을 찾아 왕좌의 깨어남을 막는 것이었다. 이것이 우리가 이야기 속에서 보아온 회색 망토의 기사들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카이라스의 몸 안의 또 다른 마음은, 기사단의 다른 일부를 이끌고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 일부는 '빛의 기사단'이라고 스스로를 불렀다. 빛의 기사단의 목적은, 침묵의 기사단이 카엘에게 도달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카엘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으나, 그의 길 위에 작은 도움을 뿌려두었다. 잊혀진 길의 입구를 미라엘에게 알려준 것도 빛의 기사단이었다. 미라엘이 잊혀진 길을 어떻게 알고 있었는지, 그녀 자신도 설명할 수 없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그녀는 꿈 속에서 한 얼굴 없는 사람에게 그 길의 지도를 받았다. 그 사람의 이름은 기억할 수 없었으나, 그 사람의 메시지만은 분명했다. "북방에서 한 소년이 내려올 것이다. 그를 은빛 탑까지 안내해다오."

그 얼굴 없는 사람 또한, 카이라스의 몸 안의 한 조각이었다.

첫 번째로 잊혀진 자는 천 년 동안 자기 자신의 두 마음 사이에서 찢어져 있었다. 그는 동생을 지키기도 했고, 동생을 막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기사단 중 일부를 동생을 향해 달리게 했고, 동시에 다른 일부를 동생을 보호하게 했다. 이 모순은 그 자신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종류의 것이었다. 그는 마침내 자신이 어느 쪽이 진짜 자신인지를 모르게 되었다.

그 모름이 그를 가장 괴롭게 했다.

그래서 그는 마지막 결심을 했다. 그는 카엘을 은빛 탑에서 직접 만나기로 결심했다. 만나서 그에게 선택을 맡기기로 했다. 카엘이 왕좌를 포기한다면, 자신의 모순은 '지키는 쪽'이 이긴 것이 된다. 카엘이 왕좌를 선택한다면, 자신의 모순은 '놓아주는 쪽'이 이긴 것이 된다. 어느 쪽이든, 그는 천 년 만에 처음으로 한 가지 결론을 얻게 될 것이었다. 두 마음 중 어느 것이 진짜였는지를.

그가 은빛 탑에서 카엘을 만났을 때, 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 부드러움은 '막으려는 마음'의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눈빛은 달랐다. 그의 눈빛은 '놓아주려는 마음'의 것이었다. 그래서 카엘은 그의 말에는 흔들렸지만, 그의 눈빛에는 흔들리지 않았다. 카엘은 눈빛을 읽는 북방의 소년이었고, 눈빛은 말보다 더 깊은 진실을 담고 있었다.

카엘이 "형"이라고 그를 부른 그 순간, 첫 번째로 잊혀진 자의 두 마음은 마침내 하나로 합쳐졌다. 그의 부드러운 말은 사라졌고, 그의 눈빛만이 남았다. 눈빛은 언제나 '놓아주는 쪽'이었다. 그래서 그는 해방되었다. 그리고 그가 빛으로 변해 사라졌을 때, 침묵의 기사단도 함께 사라졌다. 스물한 명의 기사들은 전 세계에서 그 순간에 동시에 무너져 내렸다. 그들의 망토가 벗겨졌고, 그들의 검이 녹슬었고, 그들의 이름 없는 얼굴들이 마침내 자기 자신의 원래 얼굴을 되찾았다. 그들은 각자가 한때 누구였는지를 기억해냈다. 어떤 기사는 기쁨으로 울었고, 어떤 기사는 분노로 울었으며, 또 어떤 기사는 그저 조용히 자기 자신을 안아주었다. 천 년 동안 잃어버렸던 이름들이 한꺼번에 돌아온 것이었다.

그리고 북방의 하늘에서는, 작은 별 하나가 유난히 밝게 반짝였다. 그 별은 침묵의 기사단이 아닌, 침묵의 기사단이 기억하지 못했던 스물한 개의 이름을 조용히 하늘에 새기고 있었다. 그것은 첫 번째로 잊혀진 자가 마지막으로 할 수 있었던 배려였다. 그가 천 년 동안 이름 없이 살게 만든 자들에게,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작은 이름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