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작가 · 하이 판타지 · 19화
목차
1. 프롤로그 - 잊혀진 예언 2. 1장 - 변방의 소년 3. 2장 - 붉은 달의 밤 4. 3장 - 은빛 탑으로 가는 길 5. 4장 - 잊혀진 길 6. 5장 - 어머니의 마지막 7. 6장 - 은빛 탑 8. 7장 - 다섯 날의 시험 9. 8장 - 형제의 얼굴 10. 9장 - 일곱 번째 왕좌 11. 에필로그 - 대장간의 불 12. 간주 1 - 천 년 전의 밤 13. 간주 2 - 보르의 화로 14. 간주 3 - 엘리아나의 추방 15. 간주 4 - 미라엘의 첫 순례 16. 간주 5 - 침묵의 기사단의 기원 17. 외전 1 - 동방의 돌 18. 외전 2 - 미라엘의 다음 길 19. 외전 3 - 한바르의 기록외전 1 — 동방의 돌
일곱 번째 왕좌가 카엘의 몸으로 다시 호흡하기 시작한 그 순간, 세상의 여러 곳에서 동시에 작은 깨어남들이 일어났다.
가장 먼저 깨어난 것은 동방 사막의 한가운데에 있던 돌이었다.
그 돌은 사막이 사막이기 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 돌이 먼저 거기에 있었고, 사막이 나중에 그 돌을 둘러싼 것이었다. 돌의 크기는 사람 키의 세 배쯤 되었고, 모양은 어떤 기하학적 형태로도 설명할 수 없었다. 돌의 표면에는 고대의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그 글자들은 현재 어떤 학자도 해석할 수 없는 언어였다. 사막의 유목민들은 그 돌을 '잠든 자의 베개'라고 불렀다. 그러나 누가 그 위에 누워 잠들어 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돌은 일 년에 한 번씩 아주 약한 진동을 냈다. 그 진동은 너무 미세해서 인간의 감각으로는 느낄 수 없었다. 오직 사막의 낙타들만이 그 진동의 날이 되면 불안해하며 그 돌 주변을 피해 갔다. 유목민들은 그것을 '돌이 꿈을 꾸는 날'이라고 불렀다. 그날이 되면 그들은 돌에게 우유를 한 사발 바치고, 노래를 한 곡 불러주었다. 그것이 대대로 내려온 예절이었다.
카엘이 왕좌의 의자에 앉은 그 날, 돌은 처음으로 강한 진동을 냈다.
사막의 유목민들은 그날 밤 이상한 꿈을 꾸었다. 꿈 속에서 그들은 모두 같은 사람을 보았다. 그 사람은 그들을 돌 앞으로 데려갔고, 돌에 새겨진 글자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것을 읽어라. 천 년 만에 처음으로, 이 글자들이 자기 자신의 의미를 되찾았다. 너희가 읽을 수 있는 언어로 바뀌었을 것이다."
다음 날 아침, 유목민들 중 가장 나이 많은 여자가 혼자 돌 앞으로 갔다. 그녀의 이름은 제히르. 사막에서 팔십 해를 산 여자였다. 그녀는 돌 앞에 서서 글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놀랐다. 어제까지만 해도 이해할 수 없던 그 글자들이, 오늘 아침에는 읽을 수 있는 언어로 바뀌어 있었다. 그것은 현대의 사막 유목민의 언어였다.
글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나는 동방의 왕좌다. 나는 천 년 전에 이 자리에 내려앉았다. 첫 번째 예언자가 나를 받아들였으며, 그의 이름으로 사막의 왕조가 세워졌다. 그러나 그 왕조는 사백 해 만에 무너졌다. 사람들은 그 왕조를 잊었고, 나도 그들과 함께 잊혀졌다. 나는 왕좌이지만, 지금은 잊혀진 왕좌다. 나는 일곱 번째가 아닌, 첫 번째로 잊혀진 왕좌다. 그러나 일곱 번째 왕좌가 오늘 다시 호흡하기 시작했다. 그의 호흡이 나의 호흡을 일깨웠다. 나는 깨어나고 있다. 나는 오늘 이후 다시 기억되기를 원한다. 나를 기억하는 자여, 나에게 한 가지만을 해다오. 나의 이름을 다시 호명해다오. 나의 이름은 '카이샤'이다. '모래 아래의 불'이라는 뜻이다."
제히르는 그 글자를 모두 읽었다. 그리고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 이름을 한 번 읊었다.
"카이샤."
그 순간 사막이 한 번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모래가 공중으로 솟아올랐고, 바람이 방향을 바꿨고, 멀리 지평선 너머에서 작은 연기 한 줄기가 하늘로 올라갔다. 돌의 표면에 새겨진 글자들이 점점 희미해지더니 사라졌다. 글자들이 사라진 자리에는 대신 작은 불꽃이 한 줄 피어났다. 그 불꽃은 돌 자체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돌이 살아나고 있었다.
제히르는 무릎을 꿇었다. 그녀는 돌에게 절을 했다. 그것은 경외의 절이 아니라, 재회의 절이었다. 천 년 동안 잊혀졌던 존재를 다시 만나는 자의 절이었다.
그녀가 절을 하는 동안, 동방의 사막 전체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모래 아래에서 오래된 유물들이 하나씩 표면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잃어버린 우물의 위치가 드러났고, 매장되어 있던 고대의 책들이 모래 속에서 빛을 발했으며, 사막의 유목민들이 수 세대 동안 찾아 헤매던 '소금의 길'의 진짜 경로가 한낱 별빛의 형태로 하늘에 나타났다. 잊혀진 것들이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제히르는 자기 부족으로 돌아가 이 모든 것을 알렸다. 유목민들은 처음에는 믿지 못했다. 그러나 그날 저녁부터 그들은 하늘의 새로운 별빛을 보기 시작했고, 사막 아래에서 들려오는 낮은 노래 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그들은 천천히 믿기 시작했다. 동방의 왕좌가 깨어났다는 것을.
그러나 제히르는 걱정했다. 왕좌가 깨어난다는 것은, 그 왕좌의 이름을 이어받을 후계자가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천 년 전의 사막 왕조는 이미 끊어졌다. 그 혈통이 어디에 남아 있는지 누구도 알지 못했다. 돌이 다시 호흡하는데 그 호흡을 받을 후계자가 없다면, 돌은 다시 잠들어버릴 것이었다. 그녀는 그 사실이 두려웠다.
그녀가 그 두려움을 안고 밤을 보내던 어느 새벽, 그녀는 하늘에서 별 하나가 자기 쪽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유성이 아니었다. 유성은 호 모양으로 떨어진다. 그 별은 수직으로, 정확히 자신을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그녀는 도망치려 하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두려움이 없었다. 별은 그녀의 앞에 부드럽게 내려앉았다. 별이 땅에 닿는 순간, 별의 빛이 한 여자의 형상으로 변했다.
그 여자는 흰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다. 얼굴은 볼 수 없었으나, 자세만으로도 느껴지는 어떤 기품이 있었다. 여자는 제히르에게 말했다.
"당신이 카이샤를 다시 호명해주셨군요. 고마워요."
제히르는 고개를 숙였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저는 이름 없는 사람이에요. 저의 이름은 이미 이 세상에서 지워졌어요. 그러나 저는 한 가지 역할을 가지고 있어요. 저는 왕좌들 사이의 전령이에요. 일곱 번째 왕좌가 깨어난 뒤, 다른 잊혀진 왕좌들도 하나씩 깨어나기 시작했어요. 그들이 서로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제가 선택한 마지막 일이에요. 저는 당신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하러 왔어요."
"말씀하세요."
"카이샤의 후계자를 찾아주세요. 그 후계자는 당신의 부족 안에 있어요. 당신이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로요. 지금 부족의 한 여자가 임신 중이에요. 그 여자의 뱃속의 아이가 바로 카이샤를 이어받을 사람이에요. 그 아이가 태어나면, 당신이 이 돌 앞으로 데려와 주세요. 그 아이의 이마에 돌의 작은 불꽃이 닿을 때, 카이샤는 그 아이를 자기의 이름으로 받아들일 거예요. 그리고 그 아이는 평생 동방의 왕좌를 책임지는 자로 살아가게 될 거예요."
"그 아이의 어머니는."
"당신이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에요. 당신의 조카의 딸이에요."
제히르는 놀랐다. 그녀의 조카의 딸은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며, 임신했다는 소식은 아직 부족 전체에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 흰 머리카락의 전령은 그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저는 당신을 어떻게 부를까요."
"저를 별이라고 부르세요. 그것이 지금 제가 가질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이름이에요."
제히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별은 천천히 빛으로 되돌아가며 하늘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녀가 완전히 사라지기 직전, 제히르는 한 가지를 더 물었다.
"당신은 누구의 어머니였습니까."
별이 잠시 멈췄다. 그리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는 일곱 번째 왕좌의 어머니였어요. 북방에서 한 소년을 낳은 여자예요. 제 아들의 이름은 카엘이에요. 그러나 이제 제 이름은 사라졌으니, 저는 그저 별로 불리기를 원해요."
그리고 그녀는 사라졌다.
제히르는 한참 동안 돌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부족으로 돌아가 자신의 조카의 딸을 만났다. 조카의 딸은 놀랐다. 그녀는 자신이 임신한 사실을 아직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히르는 그녀에게 모든 것을 설명했다. 사막의 깨어남, 돌의 이름, 후계자의 운명. 조카의 딸은 처음에는 울었다. 그녀는 평범한 아이를 낳고 싶었다. 그러나 울고 난 뒤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평범하지 않은 아이라도, 여전히 그녀의 아이였다. 그녀는 그 아이를 사랑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이는 여덟 달 뒤에 태어났다. 여자아이였다. 제히르는 그 아이를 안고 돌 앞으로 데려갔다. 돌의 불꽃이 아이의 이마에 부드럽게 닿았다. 아이는 울지 않았다. 오히려 작은 미소를 지었다. 돌의 불꽃이 아이에게 말했다.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아이뿐이었다.
"너의 이름은 카이샤의 딸이다. 너는 나의 다음 호흡이다. 잘 자라거라."
아이는 그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이는 듯한 작은 몸짓을 했다. 제히르는 그 모습을 보며 자신이 왜 팔십 해를 살았는지를 처음으로 알았다. 그녀는 이 순간을 보기 위해 살아온 것이었다.
그날 이후로 동방의 사막에서는 한 가지 전설이 새로 생겼다. 잠든 자의 베개가 깨어나 다시 호흡하고 있으며, 그 호흡을 이어받은 작은 아이가 부족 안에서 자라고 있다는 전설. 그 전설은 사막의 다른 부족들에게로 퍼져나갔고, 몇 년 뒤에는 사막 전체가 그 작은 아이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사람들은 그 아이를 '새로운 시작'이라고 불렀다. 그것이 아이의 진짜 이름은 아니었지만, 그 이름이 아이에게 잘 어울렸다.
북방의 카엘은 그 아이의 존재를 한참 뒤에야 알게 된다. 그리고 알게 되는 순간, 그는 자신의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한 일이 무엇이었는지도 알게 된다. 엘리아나는 별이 되어 사라졌지만, 그녀는 사라지기 전에 다른 잊혀진 왕좌들을 하나씩 깨우고 다녔다. 그것이 그녀가 별의 역할로 선택한 일이었다. 천 년 동안 잠들어 있던 일곱 개의 형제 왕좌들을, 하나씩 깨워 집으로 데려오는 일.
카엘은 그 사실을 알게 된 그 날, 북방의 대장간에서 망치질을 멈추고 한참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어머니의 별이 북방의 하늘에 조용히 반짝이고 있었다. 그 별 옆에 새로운 별들이 하나씩 더해지고 있었다. 별들은 점점 늘어갔다. 사막의 카이샤, 바다의 두 번째 왕좌, 남방의 세 번째 왕좌, 평원의 다섯 번째 왕좌. 하나씩 깨어나고 있었다. 별의 수만큼, 세상은 자기 자신을 다시 기억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