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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멸의 각인: 왕좌의 기억 공개

by 이작가 · 하이 판타지 · 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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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권 / 전 19권 하이 판타지 · 잊혀진 운명의 재림

파멸의 각인: 왕좌의 기억

몸에 새겨진 '잊힌 예언의 각인'과 함께 태어난 '잊혀진 자' 카엘. 자신을 쫓는 제국 심판관의 추적을 피하며, 그는 예언이 단순한 구원이 아닌, 세상을 뒤흔들 파멸이자 동시에 잊혀진 왕좌의 재림을 예고하는 최후의 경고임을 깨닫는다.

18. 외전 2 - 미라엘의 다음 길

외전 2 — 미라엘의 다음 길

미라엘은 케이른 마을을 떠난 뒤, 한동안 어디로 가야 할지 스스로도 몰랐다.

루나는 카엘의 곁에 남겨두고 왔다. 그것은 그녀가 지금까지 한 결정 중 가장 어려운 결정이었다. 루나는 그녀의 여섯 해 동안의 유일한 동반자였고, 유일한 가족이었고, 유일한 대화 상대였다. 그 푸른 눈의 짐승을 두고 오는 일은, 자기 자신의 일부를 떼어놓고 오는 일과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알았다. 루나가 카엘의 곁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카엘은 이제 세상의 기억을 책임지는 자였고, 그 책임은 너무 커서 루나 같은 존재가 옆에 있어야만 감당할 수 있었다. 루나는 기억이 깃드는 방식을 알았다. 그것은 인간의 학습으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루나는 그 앎을 타고났고, 그 앎을 카엘에게 빌려주어야 했다.

미라엘은 혼자 남방으로 내려갔다. 처음에는 자신이 돌아다니던 옛 길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러나 그 길들은 이제 미라엘에게 낯설었다. 그녀가 카엘과 함께 보낸 시간이 그녀를 바꿔놓은 것이었다. 예전의 그녀는 잊혀진 것을 찾기 위해 다녔다. 지금의 그녀는 잊혀진 것을 찾으면서도 동시에 무엇인가 다른 것을 찾고 있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그녀는 아직 몰랐다.

그녀는 남방의 해안선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자신이 태어난 '세 개의 바위' 해변으로 가보기로 했다. 그녀가 그곳을 떠난 것이 열한 해 전이었다. 그녀는 그동안 한 번도 그 해변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돌아갈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무덤도 그곳에 없었고, 아버지의 시신도 그곳에 없었다. 다만 세 개의 바위와 아버지의 이름이 새겨진 작은 돌 하나가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그 돌을 다시 보고 싶었다. 카엘과 헤어진 뒤, 그녀는 자신의 시작을 다시 방문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아마도 카엘이 케이른으로 돌아가 보르의 대장간을 다시 세우는 일을 보면서, 그녀도 자신의 시작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느꼈을 것이다.

해안선을 따라 사십 일을 걸었다. 걷는 동안 그녀는 자신의 수첩을 다시 꺼내 펼쳐보았다. 수첩에는 그녀가 지금까지 모아온 모든 잊혀진 것들의 목록이 적혀 있었다. 마흔일곱 개의 잃어버린 우물, 스물세 개의 사라진 시, 열두 개의 잊혀진 약초, 일곱 개의 끊어진 가족사, 세 개의 잃어버린 신전. 그녀는 그 목록 위에 손가락을 하나하나 올려놓으며 자신이 지나온 길을 다시 느꼈다. 그녀가 찾은 것들도 있었고, 찾지 못한 것들도 있었다. 찾지 못한 것들이 더 많았다.

세 개의 바위에 도착한 것은 초여름의 어느 저녁이었다. 해는 지평선으로 내려가고 있었고, 바람은 그녀가 어렸을 때 기억하는 그 바람 그대로였다. 해변의 모래는 발에 익숙했다. 세 개의 큰 바위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그녀는 바위 옆으로 다가갔다. 그녀의 아버지의 이름이 새겨진 작은 돌은 없었다. 그녀가 열한 해 전에 그 돌을 가방에 넣어 떠났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묘는 지금 그녀의 가방 속에 있었다.

그녀는 가방을 열고 그 작은 돌을 꺼냈다. 열한 해 동안 그녀와 함께 여행한 돌이었다. 돌은 그녀의 손안에 작고 무거웠다. 그녀는 그 돌을 원래 있던 자리에 조심스럽게 놓았다. 그리고 무릎을 꿇었다.

"아버지. 저는 이제 아버지를 찾지 못할 것 같아요."

그녀의 목소리는 떨렸으나, 울음은 섞여 있지 않았다.

"열한 해 동안 저는 잊혀진 것들을 찾으며 살았어요. 어머니가 저에게 주신 말씀대로요. 그 길 위에서 저는 많은 것을 찾았어요. 우물, 시, 약초, 가족, 신전. 그리고 루나도 만났어요. 마지막에는 카엘도 만났어요. 그 사람들과 그 것들이 저의 가족이 되어주었어요. 그런데 정작 아버지는 찾지 못했어요. 저는 이제 아버지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오늘, 이 바위 앞에서, 저는 한 가지를 깨달았어요. 아버지를 못 찾은 것이 아니에요. 저는 아버지를 찾는 길 위에서, 아버지가 제 안에 있다는 것을 배운 거예요. 아버지가 바다에서 사라지신 뒤에도, 아버지의 용기와 아버지의 웃음과 아버지의 침묵이 저의 안에서 자라왔어요.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은, 아버지가 저의 안에서 저를 여기까지 데려왔기 때문이에요."

그녀는 돌에 이마를 대었다.

"그러니 이제 저는 아버지를 찾는 일을 멈출게요. 그 대신 다른 잊혀진 사람들을 계속 찾을게요. 아버지가 바라던 것도 그것이었잖아요. 잊혀진 것을 도와주라고. 어머니가 저에게 전해주신 아버지의 뜻도 그것이었잖아요. 저는 그 뜻을 평생 이어갈게요. 아버지, 감사합니다. 저를 낳아주셔서. 저를 일곱 해 동안 키워주셔서. 그리고 일곱 해가 끝난 뒤에도 제 안에서 계속 살아계셔서."

그녀는 그 자리에서 오래도록 머물렀다. 해가 완전히 지고 달이 뜰 때까지.

밤이 되자 세 개의 바위 위로 별이 뜨기 시작했다. 미라엘은 별들을 하나씩 세어보았다. 그녀가 어릴 때 아버지와 함께 세었던 별들이었다. 아버지는 그녀에게 모든 별에 이름을 붙여주는 놀이를 가르쳤다. 별 하나하나에 자기 나름의 이름을 붙이고, 그 이름에 자기 나름의 이야기를 덧붙이는 놀이였다. 미라엘은 그날 밤 오랜만에 그 놀이를 다시 했다. 한 별에는 '카엘의 별'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다른 별에는 '루나의 별'이라고 붙였다. 또 다른 별에는 '보르의 별', '엘리아나의 별', '세라누스의 별', 그리고 '미라엘 자신의 별'.

그녀가 자기 자신의 별을 올려다본 순간, 그 별 옆에 새로운 별 하나가 작게 반짝였다. 그녀는 그 별을 본 적이 없었다. 그 별은 방금 태어난 것처럼 작고 새롭게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한참 동안 그 별을 응시했다. 그리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는 누구니."

별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별의 빛이 미라엘의 가슴으로 내려오는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의 안에 한 가지 이미지가 떠올랐다. 한 아이의 얼굴이었다. 그녀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아이. 작고 동그란 얼굴에 큰 눈을 가진 여자 아이. 그 아이는 어딘가 먼 곳에, 사막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그리고 그 아이는 그녀를 부르고 있었다.

미라엘은 일어섰다. 그녀는 방금 자신의 다음 목적지를 받았다는 것을 알았다.

동방의 사막.

그녀는 동방의 사막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그 길은 그녀에게 완전히 새로운 길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가슴이 뛰었다. 잊혀진 것을 찾는 순례자에게, 새로운 길은 언제나 선물이었다.

그녀는 세 개의 바위에 마지막 인사를 했다. 아버지의 돌을 다시 집지 않았다. 그 돌은 이제 여기에 있어야 했다. 그녀가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표시로. 그녀가 자신의 시작을 다시 기억했다는 증거로.

미라엘은 동쪽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해안선을 따라 걸었고, 그 다음에는 내륙으로 꺾었고, 그 다음에는 중앙 평원을 가로질렀다. 그녀의 걸음은 전에 없이 가벼웠다. 그녀는 더 이상 자기 자신을 찾으러 다니지 않았다. 자기 자신을 찾은 자는 오히려 더 가볍게 다른 것을 찾을 수 있었다.

중앙 평원의 한 작은 마을에서, 그녀는 한 새로운 동반자를 만났다.

그것은 한 젊은 남자였다. 그의 이름은 테사르. 그는 그 마을의 학자였다. 그러나 학자라기에는 너무 젊었고, 학자로 불리기에는 너무 자유로웠다. 그는 지도를 그리는 사람이었다. 그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지도를 그렸다. 그의 지도에는 실제로 있는 도시나 산 대신, '한 사람이 어머니를 처음 잃은 장소', '한 소년이 처음으로 말을 배운 자리', '한 노인이 마지막으로 웃은 위치'가 표시되어 있었다. 그의 지도는 감정의 지도였고 기억의 지도였다.

미라엘이 그의 작업실에 우연히 들어섰을 때, 테사르는 그녀를 한 번 보고는 말했다.

"당신이 오실 줄 알았어요. 저는 당신이 필요해요."

미라엘은 놀랐다.

"저를 아십니까."

"이름은 몰라요. 그러나 저는 당신 같은 사람을 찾고 있었어요. 잊혀진 것들을 찾아다니는 사람. 제 지도에 그 잊혀진 것들을 표시해주실 수 있는 사람. 저는 지도를 그릴 수는 있지만, 그 지도의 점들을 하나씩 방문하며 확인할 수는 없어요. 저의 몸이 약해서요. 당신 같은 사람이 제 대신 그 점들을 찾아가 주시면, 저는 그 이야기를 듣고 지도를 완성할 수 있어요."

미라엘은 테사르의 작업실을 둘러보았다. 벽에는 수십 장의 지도가 걸려 있었다. 각 지도마다 수십 개의 점들이 있었다. 그 점들은 전부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잃어버린 이름들, 잊혀진 이름들, 기억해야 할 이름들.

"이 일은 평생을 걸어야 할 일이에요."

"네. 평생 할 일이죠. 그리고 당신도 아시다시피, 이 일은 한 사람이 혼자 할 수 없어요. 적어도 두 사람이 해야 해요. 한 사람은 걷고, 다른 한 사람은 쓰고. 걷는 사람과 쓰는 사람. 그렇게 둘이 짝을 이루어야 기억은 완성돼요. 당신이 저의 걷는 사람이 되어주시겠어요?"

미라엘은 한참을 침묵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한 가지 조건이 있어요. 저는 지금 동방의 사막으로 가는 길이에요. 그곳에 제가 만나야 할 아이가 있어요. 그 아이를 먼저 만나고 돌아올게요. 그 다음부터, 저는 당신의 걷는 사람이 될게요."

테사르는 미소 지었다.

"기다릴게요."

그렇게 미라엘은 새로운 동반자를 얻었다. 그녀는 그날 밤 테사르의 작업실 창가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자기 자신의 별 옆에 새로 생긴 작은 별에게 속삭였다.

"저는 이제 혼자가 아니에요. 이제 평생 함께 걷고 함께 쓸 사람을 찾았어요. 그러니 당신도 너무 외로워하지 마세요. 제가 곧 당신에게 갈 거예요. 당신을 찾아서, 당신의 이름을 물어볼 거예요."

작은 별은 부드럽게 한 번 깜빡였다. 그것은 긍정의 답이었다. 사막의 아이가 미라엘의 다가옴을 환영하고 있었다.

그녀는 다음 날 아침 동쪽으로 떠났다. 테사르는 마을 어귀까지 그녀를 배웅했다. 그는 미라엘의 손에 작은 빈 수첩을 쥐어주었다. 그 수첩은 그녀가 지금까지 써왔던 수첩보다 조금 더 두꺼웠다. 그 수첩은 테사르가 그녀를 위해 특별히 만들어둔 것이었다. 미라엘은 그 수첩을 받았다. 그리고 걷기 시작했다. 사막을 향해.

잊혀진 것을 찾는 순례는,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으로 이어지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