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작가 · 하이 판타지 · 19화
목차
1. 프롤로그 - 잊혀진 예언 2. 1장 - 변방의 소년 3. 2장 - 붉은 달의 밤 4. 3장 - 은빛 탑으로 가는 길 5. 4장 - 잊혀진 길 6. 5장 - 어머니의 마지막 7. 6장 - 은빛 탑 8. 7장 - 다섯 날의 시험 9. 8장 - 형제의 얼굴 10. 9장 - 일곱 번째 왕좌 11. 에필로그 - 대장간의 불 12. 간주 1 - 천 년 전의 밤 13. 간주 2 - 보르의 화로 14. 간주 3 - 엘리아나의 추방 15. 간주 4 - 미라엘의 첫 순례 16. 간주 5 - 침묵의 기사단의 기원 17. 외전 1 - 동방의 돌 18. 외전 2 - 미라엘의 다음 길 19. 외전 3 - 한바르의 기록3장 — 은빛 탑으로 가는 길
북방의 경계를 넘는 데에는 사흘이 걸렸다.
카엘은 그 사흘 동안 잠을 자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면 자지 않기로 스스로에게 약속한 것이었다. 어머니의 마지막 마법이 북방을 흔드는 동안, 그 흔들림이 끝나기 전에 그는 가능한 한 멀리 떨어져 있어야 했다. 흔들림이 멈추는 순간, 침묵의 기사단은 그가 사라진 방향을 찾아내기 시작할 것이었다. 그리고 한 번 그들이 그의 냄새를 맡으면, 그는 평생 고개를 돌리며 살아야 할 것이었다.
그는 눈 위를 걸었다. 바람을 맞으며 걸었고, 바람을 등지고 걸었고, 바람이 없을 때는 자신의 숨소리만을 유일한 길잡이 삼아 걸었다. 왼손에는 기억의 나침반이 쥐어져 있었다. 나침반의 한가운데에 떠 있는 작은 별은 낮에는 거의 보이지 않을 만큼 희미했고, 밤이 되면 카엘의 손바닥을 부드럽게 밝혀주었다. 별은 언제나 같은 방향을 가리키지 않았다. 어떤 순간에는 정남쪽을, 어떤 순간에는 남동쪽을, 또 어떤 순간에는 카엘이 방금 지나온 뒤쪽을 가리켰다. 처음에는 그것이 혼란스러웠다. 그러나 이틀째 되는 날, 카엘은 깨달았다. 나침반은 지형을 따라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보이지 않는 안전한 통로를 따라가고 있는 것이었다. 침묵의 기사단의 시선이 닿지 않는 좁은 틈. 그 틈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는 길. 기억의 나침반은 세상의 지도가 아니라 세상의 눈먼 부분을 읽고 있었다.
사흘째 되는 날 새벽, 그는 드디어 북방의 마지막 언덕을 넘었다.
언덕 너머로 세상이 바뀌었다. 눈이 사라지고 있었다. 그 대신 마른 갈대밭이 지평선까지 펼쳐져 있었고, 갈대 사이로 얼지 않은 강 한 줄기가 희미한 햇빛을 받으며 흘렀다. 카엘은 그 광경 앞에서 자신도 모르게 멈춰 섰다. 열일곱 살 인생에서 그는 단 한 번도 얼지 않은 강을 본 적이 없었다. 북방에서는 모든 물이 돌처럼 단단했다. 그러나 지금 그의 눈앞에서는 물이 흐르고 있었다. 움직이고 있었다. 살아 있었다.
카엘은 무릎을 꿇고 강가로 다가갔다. 장갑을 벗고 손을 물속에 담갔다. 물은 차가웠으나, 북방의 얼음과는 다른 종류의 차가움이었다. 살아 있는 차가움. 피부를 찌르는 대신 피부를 어루만지는 차가움이었다. 그의 왼손등에서 성흔이 부드럽게 반응했다. 마치 물이 성흔에게 인사를 건네는 것 같았다.
그때였다.
강 건너편의 갈대 사이에서 무언가가 움직였다.
카엘은 본능적으로 몸을 낮추고 검집에 손을 가져갔다. 그러나 움직인 것은 사람이 아니었다. 작은 짐승이었다. 처음에는 여우인가 싶었으나 여우치고는 몸집이 컸고, 개치고는 등줄기가 너무 곧았다. 짐승은 갈대를 헤치고 나와 강가에 섰다. 그리고 카엘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푸른 눈이었다. 짐승의 눈에 푸른빛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카엘은 처음 알았다.
둘은 강을 사이에 두고 한동안 서로를 응시했다.
먼저 움직인 것은 짐승이 아니었다. 짐승의 뒤쪽, 갈대의 더 깊은 곳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루나, 돌아와."
목소리는 젊었고, 여자의 것이었고, 남쪽 억양을 가지고 있었다. 카엘은 그 억양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실제로 들어본 적이 없었으나, 어쩐지 낯설지 않았다. 북방의 늙은 대장장이 보르가 아주 오랜만에 옛이야기를 할 때, 먼 옛날 남쪽에서 올라온 순례자들의 말투를 흉내 내던 그 목소리와 비슷했기 때문이다.
짐승은 주인의 부름에 고개를 돌렸으나, 움직이지는 않았다. 대신 귀를 세우고 카엘을 향해 짧게 한 번 울었다. 그것은 경고가 아니라, 신호였다. 뒤쪽의 주인에게 무엇인가를 알리는 신호.
갈대가 갈라지며 여자가 나타났다.
그녀는 카엘보다 조금 나이가 많아 보였다. 어쩌면 스무 살, 어쩌면 스물한 살. 갈색 머리를 뒤로 단단히 묶었고, 가죽으로 된 사냥꾼의 복장을 입고 있었다. 어깨에는 활이 걸려 있었고, 허리에는 단검 두 자루가 좌우로 나뉘어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햇빛에 그을려 있었고, 눈빛은 강물처럼 맑으면서도 깊었다.
그녀는 강 건너편에서 카엘을 한참 바라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입을 열었다.
"북쪽에서 온 사람이군요."
카엘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하지 않는 것이 북방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예의였다. 그러나 여자는 그의 침묵에 기분이 상하지 않은 것 같았다. 오히려 그녀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북쪽 사람은 처음에 말을 하지 않는다고 들었어요. 말 대신 침묵으로 인사한다고. 그러면 제가 먼저 말하죠. 저는 미라엘이에요. 이 강의 남쪽 기슭을 사는 순례자. 그리고 이 아이는 루나. 제 사냥 동료이자 가장 오래된 친구."
푸른 눈의 짐승이 주인의 이름이 불리자 작게 꼬리를 흔들었다.
카엘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그러나 그의 손은 더 이상 검집 위에 있지 않았다. 그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 여자는 침묵의 기사단이 아니다. 그녀의 허리에 찬 단검은 사냥용이었고, 그녀의 눈에는 사냥꾼의 냉정함은 있었으나 추적자의 광기는 없었다.
미라엘이 다시 입을 열었다.
"당신은 지금 남쪽으로 내려가는 중이죠. 그것도 평범한 여행이 아니에요. 얼굴을 보면 알 수 있어요. 잠을 자지 못한 지 며칠이고, 뒤에서 누군가가 쫓아오고 있어요. 북방의 겨울을 몸에 그대로 묻힌 채, 쉬지 않고 걸어오셨네요."
카엘의 손이 다시 경계 태세로 돌아갔다. 이 여자는 그를 너무 잘 읽고 있었다. 북방 사람들은 낯선 이에게 자신의 상태를 들키는 것을 가장 큰 수치로 여겼다.
"걱정하지 마세요."
미라엘이 손을 들어 보였다. 그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았다.
"저는 당신의 이름을 묻지 않을 거예요. 당신의 이름을 알 자격이 저에게는 없어요. 다만 이 말만 하겠어요. 이 강을 따라 남쪽으로 사흘을 더 가면 '마른 다리'라는 곳이 나와요. 거기가 남방의 첫 번째 마을이에요. 그러나 지금 그 길로 가시면 안 됩니다. 어제 저녁부터 그 마을에 회색 망토를 두른 사람들이 들어가기 시작했거든요."
카엘의 심장이 한 번 크게 뛰었다.
"다른 길이 있습니까."
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자신의 목소리가 생각보다 갈라져 있었다. 사흘 만에 처음 쓰는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미라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있어요. 다만 그 길을 혼자서는 못 가요. 그 길은 '잊혀진 길'이라고 불려요. 지도에 없고, 이정표도 없고, 심지어 바람도 다르게 불어요. 그 길을 아는 사람은 남방 전체에서 열 명이 안 될 거예요. 그리고 그중 한 명이 저예요."
그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리고 아주 조용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당신이 가야 할 곳이 어디인지 저는 묻지 않을게요. 그러나 그 나침반이 은빛 탑을 가리키고 있다면, 제가 그 절반까지는 안내해드릴 수 있어요."
카엘의 눈이 커졌다. 그는 나침반을 숨기지 않았었다. 그러나 그녀가 그것을 나침반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은빛 탑이라는 단어를 아무렇지 않게 꺼낼 수 있다는 것, 그것은 평범한 남방의 사냥꾼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당신은 누굽니까."
미라엘은 웃었다. 그러나 그 웃음 속에는 슬픔이 있었다. 북방 사람이 아니면 이해하지 못할 종류의 슬픔.
"말씀드렸잖아요. 순례자라고. 다만 제가 순례하는 것은 신전이 아니에요. 저는 잊혀진 것들을 찾아 다녀요. 잊혀진 길, 잊혀진 이름, 잊혀진 사람들. 그리고 당신은, 제가 지금까지 찾아낸 것 중에 가장 크게 잊혀진 무언가를 품고 있어요. 제 몸이 그것을 느끼고 있어요. 루나도 그것을 느끼고 있고요."
푸른 눈의 짐승이 다시 한 번 울었다. 이번에는 부드러운 울음이었다.
카엘은 강을 바라보았다. 흐르는 강물을. 북방의 얼음을 처음으로 버리고 자신의 몸을 적신 그 강물을. 그는 오래된 북방의 격언을 떠올렸다. 얼지 않은 물은 돌아오지 않는다. 한 번 흘러간 물은 영원히 흘러간다. 그러니 물이 흐르기 시작했다면, 너도 함께 흘러야 한다.
그는 미라엘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강을 건널 곳은 어디입니까."
미라엘은 싱긋 웃으며 상류를 가리켰다.
"저쪽으로 백 걸음 정도 올라가면 옛 다리가 있어요. 다리라고 부르기엔 초라한 나무 두 개지만요."
카엘은 걷기 시작했다. 그의 왼손등에서 성흔이 이상한 리듬으로 반응하고 있었다. 경고도 아니었고, 환영도 아니었다. 무엇인가 새로운 것이 그의 앞에 다가오고 있다는 예감. 단지 그것이었다.
그는 강을 건넜다.
강의 반대편에 선 순간, 그는 자신이 어떤 보이지 않는 경계를 넘었다는 것을 알았다. 북방의 아들에서, 잊혀진 왕좌의 계승자로. 침묵을 모국어로 하던 소년에서, 말을 배우기 시작하는 자로. 그리고 혼자 걷던 자에서, 처음으로 누군가와 함께 걷는 자로.
미라엘이 루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준비되셨어요?"
카엘은 나침반을 바라보았다. 작은 별이 이전보다 조금 더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빛은, 이번에는 남동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네."
그는 짧게 대답했다. 그 한마디가 그의 입에서 십칠 년 동안 가장 어려운 대답이었다.
그렇게 잊혀진 길이 시작되었다.
그들의 뒤편에서, 북방의 마지막 바람이 갈대밭을 한 번 쓸고 지나갔다. 그것은 어머니가 아들에게 보내는, 소리 없는 마지막 손인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