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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서의 아이 공개

by 영이 · 다크 판타지 · 2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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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 전 3권 다크 판타지 · 정체성 각성과 성장

천서의 아이

몰락한 문자 마법사 가문의 딸이 금지된 힘을 각성해 권력자의 음모에 맞서지만, 가문을 살리려는 집착이 그녀를 위험에 빠트리고 결국 가문 복권이라는 목표 너머, 자신의 주체적 선택으로 왕조의 운명을 넘어 세상의 평화를 위한 새로운 길을 걷는다.

7. 해월의 경고와 동술 각성

할머니의 방 천장. 희미한 달빛이 창호지를 통해 스며들고, 그 빛 아래 들보가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윤아는 할머니 곁에 앉아 임사홍의 마지막 말을 되새겼다.

‘할머니의 병을 고칠 방법을 아는 사람은 나뿐이오.’

그의 말은 거부할 수 없는 덫처럼 윤아의 마음을 옥죄었다. 할머니의 창백한 얼굴을 볼 때마다 죄책감과 무력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자신이 생술을 사용해 겨우 생기를 되찾게 했지만, 그것은 임시방편일 뿐이었다. 할머니는 여전히 위태로웠다.

윤아는 할머니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차가운 온기가 다시금 불안감을 일깨웠다. 할머니를 살릴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임사홍의 제안은 너무나 위험했다. 천서력을 연산군에게 바치라니. 그것은 천서력을 권력의 도구로 전락시키는 일이었다. 할머니가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천서력의 본질을 훼손하는 일이었다.

윤아는 혼란스러웠다. 가문 복권과 할머니의 생명, 그리고 천서력의 본질. 이 모든 것이 뒤엉켜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무엇이 옳은 선택인가? 무엇이 할머니가 진정으로 바라는 일일까?

밤은 깊어지고, 달은 서서히 기울었다. 윤아는 밤새도록 고민했지만, 답을 찾을 수 없었다. 동이 틀 무렵, 윤아는 결국 결심했다. 임사홍을 만나야 했다. 그의 제안이 진정으로 할머니를 살릴 방법인지, 그리고 그 대가가 무엇인지 직접 확인해야만 했다.

아침 햇살이 창호지를 뚫고 방 안을 비추자, 할머니의 얼굴이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윤아는 할머니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조용히 방을 나섰다.

대문 밖에는 임사홍의 병사들이 여전히 집을 에워싸고 있었다. 윤아는 그들의 시선을 애써 외면하며 대문을 열었다. 마당에는 임사홍이 호위 병사들과 함께 서 있었다. 그는 여전히 여유로운 미소를 띠고 있었다.

“아가씨, 현명한 선택을 하시리라 믿었네.”

임사홍의 말에 윤아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의 말 속에 숨겨진 비웃음이 느껴지는 듯했다.

“할머니의 병을 고치는 방법을 알려주십시오.”

윤아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임사홍은 윤아의 당돌함에 살짝 눈썹을 치켜떴지만, 이내 미소를 되찾았다.

“급할 것 없네. 우선 내 거처로 가서 편히 이야기하도록 하지.”

임사홍은 윤아에게 마차에 오르라고 손짓했다. 윤아는 망설였지만, 할머니를 살려야 한다는 일념으로 마차에 올랐다. 마차는 부드럽게 움직이며 한양 도성 안을 가로질렀다. 창밖으로 보이는 거리는 평화로워 보였지만, 윤아의 마음은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와 같았다.

임사홍의 거처는 궁궐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으리으리한 기와집이었다.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화려한 정원이 눈에 들어왔다. 윤아의 몰락한 가문의 집과는 비교할 수 없는 부와 권력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임사홍은 윤아를 사랑채로 안내했다. 사랑채 안은 고급스러운 가구와 비단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윤아는 어색하게 자리에 앉았다. 임사홍은 차를 내오게 하고, 윤아를 마주 보고 앉았다.

“자, 이제 솔직하게 이야기해보세. 서대비 마마의 상태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심각할 터.”

임사홍의 말에 윤아는 다시금 할머니의 얼굴을 떠올렸다.

“할머니께서는… 생술을 무리하게 사용하신 대가로 생명력이 쇠하셨습니다. 제가 내공 천서력으로 겨우 생기를 불어넣었지만… 그것은 임시방편일 뿐입니다.”

윤아는 솔직하게 할머니의 상태를 이야기했다. 임사홍은 윤아의 말을 듣는 내내 미소를 잃지 않았다.

“역시 그렇군. 서대비 마마께서는 이미 예전에 생술을 무리하게 사용하신 적이 있지. 그때부터 생명력이 서서히 쇠해왔을 터. 이번 일로 그 대가가 더욱 커진 것이겠지.”

임사홍의 말에 윤아는 놀랐다. 그는 할머니의 과거까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대감께서는… 어떻게 그 모든 것을 알고 계시는 겁니까?”

윤아의 질문에 임사홍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나는 천서력 봉인 공신의 후손이라 하지 않았나. 우리 가문은 대대로 천서력의 역사를 기록하고, 그 힘을 봉인하는 역할을 해왔네. 자네 가문의 비밀 또한 우리 가문의 기록 속에 모두 남아있지.”

임사홍의 말에 윤아는 소름이 돋았다. 자신들의 모든 것이 기록되어 있었다니.

“그럼… 할머니를 치유할 방법도… 그 기록 속에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윤아는 희망을 품고 물었다. 임사홍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 하지만 그 방법은… 결코 쉽지 않네. 그리고 그 대가 또한….”

임사홍은 말을 흐렸다. 윤아는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태초의 두루마리에 봉인된 생명력의 정수를 이용하는 방법이네. 그 정수를 서대비 마마께 주입하면… 쇠한 생명력을 다시 되돌릴 수 있지.”

임사홍의 말에 윤아는 충격에 휩싸였다. 태초의 두루마리. 그것은 천서력의 근원이자, 궁궐 지하 석실에 봉인된 고구려 시대의 유물이었다.

“하지만 태초의 두루마리는… 봉인되어 있지 않습니까? 궁궐 지하 석실에….”

윤아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임사홍은 비웃듯 미소 지었다.

“봉인이 되어 있다고 해서 열지 못할 리는 없지. 태초의 두루마리는 천서력의 근원이다. 그 힘을 연산군 전하께 바친다면… 자네 가문은 다시 복권될 수 있을 걸세.”

임사홍은 다시금 윤아에게 달콤한 유혹을 던졌다. 윤아는 가문 복권이라는 말에 흔들리는 자신을 느꼈다. 할머니를 살리고, 가문을 복권시킬 수 있다면… 하지만 그 대가는 무엇인가?

“그 대가가 무엇입니까?”

윤아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임사홍은 윤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연산군 전하께 천서력을 바치고, 그분의 뜻에 따라 천서력을 사용하는 것. 그것이 바로 대가이지.”

임사홍의 말에 윤아는 숨을 들이켰다. 천서력을 연산군의 도구로 사용하라니. 그것은 천서력의 본질을 완전히 훼손하는 일이었다.

“저는… 그럴 수 없습니다. 천서력은 치유와 보호의 힘입니다. 연산군 전하의 뜻에 따라 그 힘을 사용한다면… 그것은 요사가 될 뿐입니다.”

윤아는 단호하게 말했다. 임사홍은 윤아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

“요사? 이 세상에 요사가 아닌 것이 어디 있나. 연산군 전하께서는 천서력을 이용해 혼란스러운 세상을 바로잡으려 하시는 것뿐이다. 그것이 어찌 요사라 할 수 있겠나.”

임사홍의 말은 윤아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연산군의 폭정으로 백성들이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서, 그를 돕는 것이 세상을 바로잡는 일이라니.

“연산군 전하의 폭정으로 백성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어찌 그런 분을 돕는 것이 세상을 바로잡는 일이라 하십니까!”

윤아는 분노에 차서 말했다. 임사홍은 윤아의 분노에 아랑곳하지 않고 차분하게 말했다.

“세상은 혼란스럽고, 백성들은 고통받고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연산군 전하의 탓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반정 세력 또한 권력을 탐하는 자들에 불과하다. 그들이 정권을 잡는다고 해서 세상이 평화로워질 것이라 생각하는가?”

임사홍의 말은 윤아의 심장을 꿰뚫는 듯했다. 반정 세력 또한 권력을 탐하는 자들일 수 있다는 그의 말은 윤아를 혼란스럽게 했다. 윤아는 해월을 떠올렸다. 해월은 반정 세력의 일원이었지만, 그녀는 윤아를 진심으로 돕고자 했다. 하지만 임사홍의 말처럼, 그들 또한 권력을 탐하는 자들일 수 있었다.

“그럼… 대감께서는… 연산군 전하를 도우려는 것입니까?”

윤아는 임사홍을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임사홍은 미소 지었다.

“나는 오직 이 나라의 평화와 안정을 바랄 뿐이네. 연산군 전하께서 천서력을 통해 혼란을 잠재우고, 나라를 안정시킬 수 있다면… 그것이 내가 바라는 바이지.”

임사홍의 말은 그럴듯했지만, 윤아는 그의 진심을 알 수 없었다. 그는 적인가, 아군인가? 그의 말은 언제나 모호하고, 그의 의도는 언제나 불분명했다.

“저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십시오.”

윤아는 겨우 말했다. 임사홍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하지만 서대비 마마의 시간은 많지 않다는 것을 명심하게. 그리고 자네의 가문 복권 또한… 연산군 전하의 뜻에 달려 있다는 것을 잊지 말게.”

임사홍은 다시금 윤아의 약점을 건드렸다. 윤아는 그의 말에 마음이 흔들렸다. 할머니의 생명과 가문의 복권. 이 두 가지는 윤아에게 너무나 중요한 것이었다.

윤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랑채를 나섰다. 임사홍은 윤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윤아는 임사홍의 거처를 나와 집으로 향했다. 거리를 걷는 내내 임사홍의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의 말은 논리적이었고, 그럴듯했다. 하지만 윤아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의심이 남아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윤아는 할머니의 방으로 향했다. 할머니는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윤아는 할머니의 손을 잡고 임사홍의 제안을 이야기했다.

“할머니… 임사홍 대감이… 할머니를 살릴 방법을 안다고 합니다. 태초의 두루마리에 봉인된 생명력의 정수를 이용하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윤아는 조용히 말했다. 할머니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윤아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 대가로… 제가 천서력을 연산군 전하께 바치고, 그분의 뜻에 따라 천서력을 사용해야 한다고 합니다. 할머니…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윤아는 눈물을 흘렸다. 할머니를 살리고 싶었지만, 천서력을 연산군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할머니가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천서력의 본질을 훼손하는 일이었다.

그때였다.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윤아는 눈물을 닦고 문 쪽으로 다가갔다. 문이 조심스럽게 열리고, 해월이 방 안으로 들어섰다. 해월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눈빛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윤아야, 무사했구나.”

해월은 윤아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윤아는 해월을 보자마자 그동안 쌓였던 모든 감정이 폭발하는 것을 느꼈다.

“해월 언니!”

윤아는 해월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해월은 윤아의 등을 토닥였다.

“괜찮아, 윤아야. 이제 다 괜찮아.”

해월의 따뜻한 위로에 윤아는 더욱 서럽게 울었다. 한참을 울고 나서야 윤아는 해월에게서 떨어졌다.

“언니, 어떻게….”

“궁궐 지하에서 임사홍의 계략에 빠졌지만… 간신히 빠져나왔어. 임사홍 그자는… 연산군을 제거하고 천서력을 독점하려는 야망을 품고 있어.”

해월의 말에 윤아는 충격에 휩싸였다. 임사홍이 연산군을 제거하고 천서력을 독점하려 한다니. 그의 말은 모두 거짓이었던가.

“그럼… 임사홍이 저에게 했던 말은… 모두 거짓이었나요?”

윤아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해월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자는 너를 이용하려는 것뿐이야. 너의 천서력을 이용해 태초의 두루마리를 손에 넣고, 그 힘으로 권력을 장악하려는 거야.”

해월의 말에 윤아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임사홍의 달콤한 유혹 속에 숨겨진 잔인한 진실을 알게 되자, 윤아는 분노와 배신감에 몸을 떨었다.

“그럼… 할머니를 살릴 방법도… 거짓인가요?”

윤아는 희망 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해월은 윤아의 손을 잡았다.

“아니. 태초의 두루마리에 봉인된 생명력의 정수를 이용하면 서대비 마마를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야. 하지만 그 방법은 임사홍이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야. 천서력 혈통의 힘이 필요해.”

해월의 말에 윤아는 다시금 희망을 품었다. 할머니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사실에 윤아는 눈물을 흘렸다.

“그럼… 임사홍이 태초의 두루마리를 손에 넣는 것을 막고, 할머니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건가요?”

윤아는 해월을 바라보았다. 해월은 윤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있어. 중종반정 세력과 함께 임사홍을 막고, 태초의 두루마리를 지키는 거야. 그리고 그 힘으로 서대비 마마를 치유하는 거지.”

해월의 말에 윤아는 잠시 망설였다. 반정 세력과 함께 임사홍을 막는다는 것은, 연산군과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것은 너무나 위험하고 거대한 일이었다.

“하지만… 중종반정 세력은….”

“박원종 대감이 너의 천서력을 탐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 하지만 그는 임사홍처럼 천서력을 악용하려는 자는 아니야. 그는 이 나라의 안정을 바라는 자야. 그리고 나는… 너를 지킬 거야.”

해월은 윤아의 손을 꽉 잡았다. 그녀의 눈빛에는 진심과 강한 결의가 담겨 있었다. 윤아는 해월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윤아는 해월에게 물었다. 해월은 윤아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너의 마음이 이끄는 대로 해. 할머니를 살리고, 가문을 복권시키고 싶다면… 너의 힘을 옳은 곳에 사용해야 해. 임사홍의 유혹에 넘어가지 마. 그는 너를 파멸로 이끌 거야.”

해월의 말은 윤아의 마음을 움직였다. 윤아는 임사홍의 거짓말과 야망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할머니를 살리고, 가문을 복권시키기 위해 임사홍의 손을 잡는 것은 결코 옳은 선택이 아니었다.

윤아는 고개를 들었다. 해월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언니… 저는… 할머니를 살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천서력을 지키고 싶습니다.”

윤아의 목소리에는 강한 결의가 담겨 있었다. 해월은 미소 지었다.

“그래. 너라면 할 수 있을 거야. 천서의 아이인 너라면… 이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을 거야.”

해월은 윤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윤아는 해월의 따뜻한 손길에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그럼… 저는… 중종반정 세력과 함께 임사홍을 막겠습니다. 그리고… 할머니를 살릴 방법을 찾겠습니다.”

윤아는 단호하게 말했다. 해월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우선 서대비 마마의 상태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워야겠어. 임사홍은 언제든 다시 너를 찾아올 거야.”

해월의 말에 윤아는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할머니의 희미한 숨소리가 윤아의 귀에 들려왔다. 윤아는 할머니를 살리기 위해, 그리고 천서력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걸기로 결심했다. 임사홍의 달콤한 유혹은 더 이상 윤아의 마음을 흔들 수 없었다. 그의 야망과 거짓말은 윤아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그날 밤, 윤아는 해월과 함께 할머니의 상태를 살피고, 앞으로의 계획을 논의했다. 해월은 궁궐 내부의 정보와 반정 세력의 상황을 윤아에게 상세히 설명해주었다. 윤아는 해월의 설명을 들으며 임사홍의 계략을 더욱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임사홍은 태초의 두루마리를 이용해 천서력을 독점하고, 연산군마저 제거하려 했다. 그는 천서력을 봉인하는 가문의 후손이라는 가면 아래, 누구보다 천서력을 탐하는 자였다.

해월은 태초의 두루마리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알려주었다. 궁궐 지하 봉인 석실에 대한 상세한 구조와 봉인을 해제하는 방법에 대한 단서들을 이야기했다. 윤아는 할머니에게서 들었던 이야기들과 해월의 정보를 종합하며 태초의 두루마리에 대한 이해를 깊게 했다.

“태초의 두루마리는 천서력의 근원이다. 그 힘을 올바르게 사용하면 세상을 치유하고 보호할 수 있지만, 악용하면 세상을 파멸시킬 수도 있다고 할머니께서 말씀하셨어.”

윤아의 말에 해월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래서 임사홍이 그 힘을 손에 넣는 것을 막아야 해. 우리는 그보다 먼저 태초의 두루마리를 찾아내야 해. 그리고 서대비 마마를 치유하는 데 그 힘을 사용해야 해.”

해월의 말에 윤아는 결의를 다졌다. 할머니를 살리고, 천서력을 지키기 위해 태초의 두루마리를 찾아야 했다. 하지만 궁궐 지하 석실은 연산군의 철저한 감시 아래 있었다. 그리고 임사홍 또한 태초의 두루마리를 노리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궁궐 지하 석실로 들어갈 수 있을까요? 그리고 임사홍보다 먼저 태초의 두루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요?”

윤아는 해월에게 물었다. 해월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중종반정의 밤을 이용해야 해. 반정 세력이 궁궐을 장악하는 틈을 타서 지하 석실로 잠입하는 거지. 하지만… 그전에 너의 천서력을 더욱 수련해야 해. 태초의 두루마리의 봉인을 해제하고, 그 힘을 다루려면 너의 힘이 더 강해져야 해.”

해월의 말에 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은 아직 천서력의 초보자였다. 생술을 이용해 할머니의 생명을 일시적으로 회복시킬 수는 있었지만, 태초의 두루마리에 봉인된 생명력의 정수를 다루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알겠습니다. 더 열심히 수련하겠습니다.”

윤아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해월은 윤아의 손을 잡았다.

“걱정 마. 내가 널 도울 거야. 그리고 너의 친구들도 함께 할 거야.”

해월의 말에 윤아는 도윤과 삼돌이를 떠올렸다. 그들도 윤아를 돕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함께 해줄 것이었다. 윤아는 친구들의 존재에 큰 힘을 얻었다.

다음 날 아침, 윤아는 할머니의 방에서 나왔다. 임사홍이 언제든 다시 찾아올 수 있다는 생각에 윤아는 마음이 조급했다. 윤아는 해월과 함께 앞으로의 계획을 상세하게 논의했다.

“우선, 너의 천서력을 더욱 수련해야 해. 특히 내공 천서력을 강화해야 태초의 두루마리의 봉인을 해제하고, 그 힘을 다룰 수 있을 거야. 천서각에서 수련을 계속해야 해.”

해월의 말에 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궁궐 지하 석실에 대한 정보를 더 모아야 해. 봉인의 약점이나 숨겨진 통로 같은 것들 말이야. 내가 궁궐 내부의 정보망을 통해 알아볼게.”

해월은 자신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했다.

“저도 할 수 있는 일을 돕겠습니다.”

윤아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며칠 후, 임사홍의 병사들이 다시 윤아의 집을 찾아왔다. 윤아는 그들이 올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윤아는 대문 밖으로 나섰다. 임사홍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윤아를 바라보았다.

“아가씨, 현명한 결정을 내리셨겠지?”

임사홍의 말에 윤아는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대감의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윤아의 단호한 말에 임사홍의 미소가 사라졌다. 그의 눈빛은 차갑게 얼어붙었다.

“감히 내 제안을 거절하겠다는 말인가?”

임사홍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담겨 있었다. 윤아는 두려웠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저는 천서력을 연산군 전하의 도구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대감의 야망을 돕는 일은 더욱 할 수 없습니다.”

윤아의 말에 임사홍은 비웃었다.

“어리석은 계집 같으니. 네까짓 것이 감히 나를 거역하려 하는가? 서대비 마마의 목숨이 경각에 달렸다는 것을 잊었는가?”

임사홍은 할머니를 언급하며 윤아를 협박했다. 윤아는 할머니를 떠올리며 마음이 흔들렸지만, 이내 단호하게 말했다.

“할머니께서는 저에게 옳은 길을 가라고 가르치셨습니다. 대감의 길은 옳은 길이 아닙니다.”

윤아의 말에 임사홍은 분노에 차서 칼을 뽑아 들었다. 그의 병사들도 일제히 칼을 뽑아 들었다.

“건방진 계집! 당장 서대비를 끌어내라! 그리고 이 계집을 잡아들여라!”

임사홍의 명령에 병사들이 윤아에게 달려들었다. 윤아는 손끝에 천서력을 모았다. 풍술을 이용해 병사들을 날려버리려 했지만, 아직 윤아의 힘은 미약했다.

그때였다.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만두시오!”

윤아는 뒤를 돌아보았다. 강도윤과 삼돌이가 병사들을 헤치고 윤아의 집 마당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도윤은 손에 몽둥이를 들고 있었고, 삼돌이는 뒤에서 겁에 질린 표정으로 윤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도윤아! 삼돌아!”

윤아는 친구들의 등장에 놀랐다.

“윤아야! 우리가 왔어!”

도윤은 윤아의 앞을 가로막으며 임사홍의 병사들과 맞섰다. 삼돌이는 겁에 질린 채 윤아의 뒤에 숨었다.

“이놈들은 또 누구냐! 당장 이들을 잡아들여라!”

임사홍은 분노에 차서 외쳤다. 병사들이 도윤과 삼돌이에게 달려들었다. 도윤은 몽둥이를 휘두르며 병사들과 맞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삼돌이는 겁에 질려 발만 동동 굴렀다.

윤아는 친구들이 위험에 처한 것을 보고 더 이상 망설일 수 없었다. 윤아는 온몸의 천서력을 끌어모았다. 내공 천서력의 힘이 윤아의 몸속에서 거대한 문양을 만들며 고동치기 시작했다.

“물러서라!”

윤아의 외침과 함께 강력한 풍술이 터져 나왔다. 거대한 바람이 병사들을 덮쳤고, 병사들은 힘없이 날아갔다. 임사홍은 윤아의 강력한 풍술에 놀라 뒷걸음질 쳤다.

“네가… 천서력을 이렇게까지 다룰 수 있다니…!”

임사홍은 경악했다. 윤아는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저는 대감의 뜻에 따르지 않을 것입니다. 할머니를 지키고, 천서력을 지킬 것입니다!”

윤아의 목소리에는 강한 결의가 담겨 있었다. 임사홍은 윤아의 강력한 천서력에 잠시 주춤했지만, 이내 냉소를 지었다.

“흥! 네까짓 것이 감히 나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가? 태초의 두루마리는 결국 내 손에 들어올 것이다. 그리고 서대비 마마의 목숨은….”

임사홍은 윤아를 비웃으며 말을 흐렸다. 윤아는 그의 협박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대감의 야망은 결코 이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윤아는 다시 한번 풍술을 사용하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윤아의 몸에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생술의 대가가 다시 밀려오는 것이었다. 윤아는 휘청거렸다.

“윤아야!”

도윤이 윤아를 부축했다. 임사홍은 윤아의 약점을 놓치지 않았다.

“보아라. 천서력은 너의 생명력을 갉아먹는 힘이다. 결국 너는 그 힘에 의해 파멸할 것이다. 그때 가서 후회하지 말거라.”

임사홍은 비웃으며 병사들에게 명령했다.

“이들을 잡아들여라! 서대비는 내가 직접 만나겠다!”

병사들이 다시 윤아에게 달려들었다. 윤아는 힘이 빠져 제대로 저항할 수 없었다. 도윤은 윤아를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맞섰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때였다.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멈춰라!”

윤아는 고개를 들었다. 해월이 궁궐 병사들과 함께 윤아의 집 마당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해월은 궁궐 병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임사홍에게 다가왔다.

“해월 언니!”

윤아는 해월의 등장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임사홍 대감! 연산군 전하의 명이다! 서대비 마마를 보호하고, 천서력사를 궁궐로 모셔오라 하셨다!”

해월은 임사홍에게 연산군의 명을 전했다. 임사홍은 해월의 말에 놀랐다.

“연산군 전하께서…?”

“그렇다. 전하께서는 서대비 마마의 소식을 듣고 크게 염려하시며, 천서력사를 보호하라는 명을 내리셨다. 대감께서는 어찌하여 전하의 명을 거역하고 이곳에서 소란을 피우는가!”

해월은 임사홍을 질책했다. 임사홍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연산군이 직접 천서력사를 보호하라는 명을 내렸을 줄은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나는… 그저 서대비 마마의 안위를 걱정하여….”

임사홍은 변명하려 했지만, 해월은 단호하게 그의 말을 잘랐다.

“더 이상 변명하지 마시오. 전하의 명이 떨어졌으니, 대감께서는 더 이상 이곳에 머물 수 없다. 어서 물러가시오!”

해월의 단호한 말에 임사홍은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그는 분노에 찬 시선으로 윤아를 노려보았지만, 이내 병사들을 이끌고 물러났다.

임사홍이 물러나자, 윤아는 해월에게 달려갔다.

“언니! 어떻게 된 거예요?”

윤아는 해월에게 물었다. 해월은 미소 지었다.

“내가 연산군 전하께 서대비 마마의 소식을 전했어. 서대비 마마가 위독하시고, 천서력사가 위험에 처해 있다고 말이야. 연산군 전하께서는 천서력을 탐하는 자이니, 천서력사가 위험에 처했다는 말에 직접 보호하라는 명을 내리신 거지.”

해월의 말에 윤아는 놀랐다. 해월의 기지로 임사홍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사실에 윤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거죠? 궁궐로 가야 하나요?”

윤아는 해월에게 물었다. 해월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궁궐로 가야 해. 연산군 전하의 보호 아래 천서각에서 천서력을 수련하는 것이 임사홍의 위협에서 벗어나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야. 그리고 그곳에서 태초의 두루마리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거야.”

해월의 말에 윤아는 망설였다. 궁궐로 간다는 것은 연산군의 감시 아래 놓이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임사홍의 위협에서 벗어나고, 할머니를 살릴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알겠습니다. 궁궐로 가겠습니다.”

윤아는 결심했다. 해월은 윤아의 손을 잡았다.

“걱정 마. 내가 널 지킬 거야. 그리고 중종반정의 밤, 우리는 임사홍의 야망을 막고, 태초의 두루마리를 지킬 거야.”

해월의 말에 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윤아는 할머니를 살리고, 천서력을 지키기 위해 연산군의 보호 아래 궁궐로 들어가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