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작가 · 하이 판타지 · 19화
목차
1. 프롤로그 - 잊혀진 예언 2. 1장 - 변방의 소년 3. 2장 - 붉은 달의 밤 4. 3장 - 은빛 탑으로 가는 길 5. 4장 - 잊혀진 길 6. 5장 - 어머니의 마지막 7. 6장 - 은빛 탑 8. 7장 - 다섯 날의 시험 9. 8장 - 형제의 얼굴 10. 9장 - 일곱 번째 왕좌 11. 에필로그 - 대장간의 불 12. 간주 1 - 천 년 전의 밤 13. 간주 2 - 보르의 화로 14. 간주 3 - 엘리아나의 추방 15. 간주 4 - 미라엘의 첫 순례 16. 간주 5 - 침묵의 기사단의 기원 17. 외전 1 - 동방의 돌 18. 외전 2 - 미라엘의 다음 길 19. 외전 3 - 한바르의 기록8장 — 형제의 얼굴
동생.
그 한 단어가 카엘의 심장 속으로 칼처럼 박혔다.
그는 얼어붙은 채 복도의 입구에 서 있었다. 그의 뒤에 선 세라누스조차 한순간 움직이지 못했다. 세라누스의 얼굴에는 예상하지 못한 손님을 맞닥뜨린 자의 긴장이 떠올랐다. 그러나 그 긴장은 놀라움의 긴장이 아니었다. 오래전부터 두려워하던 일이 마침내 일어났을 때의 긴장이었다.
복도의 끝에 선 남자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아무런 위협적인 자세도 취하지 않았다. 검도, 지팡이도, 마법 주문도 없었다. 그의 손은 비어 있었고, 그의 얼굴은 피곤해 보였다. 그는 단지 카엘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오래전에 헤어진 형제를, 천 년이 지나서야 다시 찾아낸 듯한 눈으로.
"놀라게 했다면 미안하다, 카엘. 나는 너에게 상처를 입히러 온 것이 아니다. 나는 너를 데리러 온 것이 아니다. 나는 너를 만나러 온 것이다. 만나서 몇 마디만 나누고 갈 것이다. 세라누스 스승님, 당신도 알고 계시겠지만, 저는 이 탑의 법을 어기지 않습니다. 저는 무기 없이 들어왔고, 무기 없이 떠날 것입니다."
세라누스가 카엘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의 손은 무거웠다. 말로 전할 수 없는 경고가 그 손의 무게에 담겨 있었다.
"카엘. 저자의 이름을 너에게 알려주겠다. 이 탑 안에서만 발음되는 이름이다. 그의 진짜 이름이 아니라, 그의 호칭이다. 저자는 '첫 번째로 잊혀진 자'라 불린다. 천 년 전, 일곱 번째 왕좌가 호명되기 직전에, 왕좌의 첫 번째 후보였던 자다. 그러나 그는 왕좌에 앉기 전에 왕좌를 파괴하기로 선택했다. 자기 자신이 가질 수 없다면 아무도 가질 수 없도록 만들기로."
카엘의 입술이 말랐다. 그는 복도의 끝을 다시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을 닮은 그 남자를.
"어떻게 저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습니까."
"너와 그는 같은 혈통이다. 일곱 번째 왕좌는 한 가문에게만 계승된다. 그 가문은 천 년 전에 끊어졌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사실은 끊어지지 않았다. 끊어진 줄로 숨어 있었을 뿐이다. 네 어머니 엘리아나는 그 가문의 마지막 직계 여성이었고, 그녀는 너를 낳기 위해 그 혈통을 은빛 탑 안에서 보호해왔다. 그러나 저자 역시 그 가문의 혈통이다. 그는 너의 먼 친척, 그러나 혈연적으로는 사실상 형제다. 천 년 동안 다른 몸을 빌려 살아온 형제."
"내가 그의 동생이라는 것은."
"천 년 전 왕좌의 후보는 둘이었다. 첫째와 둘째. 둘째는 태어나지 못한 채로 왕좌의 어둠 속에 잠들었다. 그 잠든 둘째가 지금 너의 몸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카엘, 너는 한 번의 생을 사는 자가 아니다. 너는 천 년의 잠에서 깨어난 자다."
카엘의 무릎이 한 번 흔들렸다. 그러나 그는 넘어지지 않았다. 넘어지지 않기 위해 그의 발이 본능적으로 앞으로 한 걸음을 내디뎠다. 그 한 걸음은 도망의 걸음이 아니라, 대면의 걸음이었다.
복도의 끝의 남자가 미소 지었다.
"세라누스 스승님은 언제나 너무 많은 것을 설명하시지. 그래서 제자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나는 더 간단하게 말할 것이다. 카엘, 나는 너를 이해하는 유일한 사람이다. 네 어머니조차 너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는 너에게 '왕좌를 되살려라'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왕좌가 되살아나는 순간 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랐다. 나는 안다. 내가 천 년 전에 그 자리에 설 뻔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 일어납니까."
카엘이 물었다.
"왕좌는 너를 잡아먹는다."
남자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다.
"왕좌는 자신을 기억하기 위해 너의 이름을 쓰지만, 너의 이름을 쓴 대가로 너의 영혼을 요구한다. 너는 왕좌의 그릇이 될 뿐이다. 왕좌가 기억되는 그 순간, 카엘이라는 사람은 사라진다. 남는 것은 왕좌의 호흡뿐이다. 십칠 년을 살아온 너의 이 몸, 이 눈, 이 웃음, 이 말투. 그 모든 것이 왕좌의 그림자 속으로 녹아 없어진다. 너는 왕이 되는 것이 아니라, 왕좌라는 추상에게 먹히는 것이다."
"그래서 천 년 전, 당신은 왕좌를 파괴했습니까."
"나는 왕좌를 파괴하지 않았다. 나는 왕좌를 잠재웠다. 나는 내 동생을 보호하기 위해 그렇게 했다. 태어나지 못한 내 동생, 왕좌의 둘째 후보. 그 아이가 왕좌에게 먹히는 것을 막기 위해, 나는 왕좌를 잠의 상태로 봉인했다. 그리고 그 대가로 나는 왕좌의 기억을 내 몸 안에 분담해서 떠맡았다. 나는 천 년 동안 그 기억의 무게를 짊어지고 몸을 바꾸어 가며 살아왔다. 나는 네 형이다, 카엘. 나는 너를 위해 천 년을 살았다."
카엘의 목이 말랐다. 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의 머리 속에서는 오늘 이전에 배운 모든 것이 흔들리고 있었다. 어머니의 경고. 세라누스의 설명. 미라엘의 따뜻한 작별. 보르의 희생. 그 모든 것 위에, 이 남자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새로운 색을 덮어씌우고 있었다.
"그 말이 사실입니까, 스승님."
카엘이 세라누스에게 물었다. 그는 어떤 대답을 듣고 싶은지 스스로도 몰랐다.
세라누스는 한참을 침묵했다. 그리고 마침내 입을 열었다.
"절반은 사실이다. 왕좌는 너에게 대가를 요구한다. 그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대가는 네 영혼을 통째로 삼키는 것이 아니다. 그 대가는 네가 평생 짊어져야 할 무게다.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자만이 왕좌의 이름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저자는 천 년 전에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없어 도망친 자다. 저자가 너에게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너 또한 도망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저자가 너를 보호하려는 것이 아니라, 저자의 도망을 정당화할 유일한 방법이 너의 도망이기 때문이다."
복도 끝의 남자, 첫 번째로 잊혀진 자의 얼굴이 처음으로 변했다. 부드러움이 사라졌다. 그 자리에는 오래된 상처가 드러났다.
"스승님, 당신은 언제나 저를 이렇게 해석하셨지요. 저의 진심을 믿은 적이 없으셨지요."
"너의 진심이 거짓이기 때문이 아니다. 너의 진심이 너 자신을 속이고 있기 때문이다. 너는 네 동생을 사랑한다. 그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너는 네 동생이 왕이 되는 것을 볼 수 없다. 그것 또한 사실이다. 천 년 동안 너는 그 두 가지 사실 사이에서 찢어져 왔다. 그리고 그 찢어짐을 견딜 수 없어서, 너는 왕좌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기로 했다."
"충분합니다."
남자가 말했다. 그는 한 손을 들었다. 그리고 그 한 손으로 카엘에게 손짓을 했다.
"카엘. 나는 너에게 선택을 주러 왔다. 왕좌에 앉지 마라. 나와 함께 가자. 나는 너에게 평범한 삶을 줄 수 있다. 너는 북방으로 돌아가서, 보르 할아버지의 대장간을 복원하고, 평범한 대장장이가 되어 평범한 아내를 맞이하고 평범한 아이들을 낳을 수 있다. 나는 그것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너의 이름을 이 세상에서 완전히 지우고, 너를 왕좌의 기억에서 해방시킬 수 있다. 그것이 내가 천 년 동안 준비해온 마지막 마법이다. 카엘, 너는 선택만 하면 된다. 한 마디만 하면 된다. '가겠습니다.' 그러면 모든 것이 끝난다. 그 모든 추적도, 그 모든 무게도, 그 모든 예언도."
카엘은 그 남자를 보았다. 그 남자의 눈을 보았다. 그 눈 속에는 정말로 사랑이 있었다. 그것은 거짓이 아니었다. 그러나 동시에 그 사랑 뒤에는 두려움이 있었다. 자기 자신의 선택을 천 년 동안 정당화할 수 없었던 자의 두려움. 카엘이 자신과 같은 선택을 해주기를 바라는 두려움. 그래야만 자신의 천 년이 허무하지 않기 때문이다.
카엘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작지 않았다. 그러나 큰 소리로 외치지도 않았다. 그는 북방의 침묵과 은빛 탑의 말을 동시에 배운 자였고, 그 두 가지를 한꺼번에 사용할 줄 아는 자였다.
"형."
그는 처음으로 그 남자를 그렇게 불렀다. 그 한 단어에 남자의 어깨가 한 번 떨렸다.
"저는 당신이 천 년 동안 저 대신 짊어져준 그 무게에 감사합니다. 저는 당신이 저를 사랑한다는 것을 믿습니다. 그러나 저는 돌아갈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돌아가면, 당신의 천 년은 의미를 잃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저를 보호한 이유는 제가 언젠가 왕좌에 앉아 당신이 포기해야 했던 그 자리를 대신 지켜주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그것을 스스로에게 숨기고 있지만, 그것이 당신이 천 년을 살아온 진짜 이유입니다. 저는 지금 당신을 위해 왕좌에 앉겠습니다. 당신의 천 년을 의미 있게 만들기 위해. 그리고 저 자신을 위해. 제가 저 자신이 되기 위해."
남자의 얼굴이 천천히 무너졌다. 부드러움도, 상처도, 사랑도, 두려움도 모두 무너지고, 그 밑에 한 가지 감정만이 남았다. 그것은 안도였다. 천 년 동안 그가 기다려온, 해방의 안도였다.
"카엘."
그가 속삭였다.
"너는 내 동생이구나. 정말로 내 동생이구나."
남자의 몸이 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천 년 동안 여러 개의 몸을 빌려 살아온 그의 영혼이, 마침내 자기 자신을 내려놓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내가 네 대신 짊어지고 있던 왕좌의 기억의 절반을, 이제 너에게 돌려준다. 받아라. 그리고 너는 내 몫까지 함께 살아라."
빛이 복도를 가득 채웠다. 카엘은 본능적으로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그 한 걸음과 함께, 그는 천 년의 잠 속에 있던 자신의 절반과 마주했다.
왕좌가 깨어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