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anta

다크에덴 공개

by test1@gmail.com · 하이 판타지 · 9화

← 목록
1권 / 전 3권 하이 판타지 · 성장/전투/마물/섬/스킬

다크에덴

태초의 계약으로 인해 10년의 주기로 바다위에 섬이 하나 떠오르는데 그곳에서 거대한 나무가 자라나고 사람을 유혹하는 향을 내뿜는 아름다운 꽃이 피며 지고 마물이 태어나는 열매가 맺힘. 마물들을 일주일안에 모두 죽이지 않으면 서로 잡아먹고 거대해져서 인간들이 살고있는 육지로 올라와 인간세계를 파괴함. 인간들은 15세가되면 각기다른 스킬을 가진 문양이 상체에 생김. 문양이 생기면 3년간 마물토벌에 대한 교육을 받고 18세부터 10년주기로 떠오르는 마물의 섬에 토벌을하러감. 마물을 죽이면 스킬을 업그레이드 할수 있는 마석이나 방어구 무기를 만들수 있는 여러 재료가 나옴.

2. 황태자궁의 시동, 그림자 훈련

차가운 황태자궁 시동의 방, 낡은 침대에 누운 아렌의 눈은 천장을 뚫고 저 멀리 연무장의 기사들과 마법사 학교의 빛나는 마법진을 향하고 있었다. 모비시에게서 황태자궁으로 팔려 온 지 벌써 반년. 그의 손등에 찍힌 노예 낙인은 여전히 뜨거운 흉터로 남아 있었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콜린을 향한 그리움과 자신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괴감보다 더 큰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황태자궁의 시동 생활은 환락가와는 또 다른 지옥이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고된 잡일, 귀족들의 냉대와 멸시, 그리고 언제든 자신을 채찍질할 준비가 되어 있는 감시자들의 눈초리. 그러나 아렌은 이 모든 것을 견뎌냈다. 콜린을 다시 만나 더 나은 삶을 살게 해주겠다는 굳은 다짐이 그를 지탱했다.

그는 황태자궁의 모든 것을 흡수하려는 스펀지 같았다. 시동으로서 허드렛일을 하면서도 그의 눈과 귀는 항상 열려 있었다. 기사들의 연무장에서 들려오는 칼 부딪히는 소리, 마법사 학교에서 새어 나오는 주문 소리, 귀족들의 대화 속에서 오가는 정보들. 아렌은 이 모든 것을 놓치지 않고 머릿속에 새겨 넣었다.

특히 그의 관심을 끈 것은 기사들의 훈련이었다. 매일 아침, 연무장에서는 기사들이 땀 흘리며 검술을 연마했다. 아렌은 설거지를 하다가도, 청소를 하다가도 틈만 나면 연무장 근처를 맴돌았다. 그는 기사들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눈에 담았다. 자세, 스텝, 칼을 휘두르는 각도, 힘의 배분. 완벽하게 복제할 수는 없었지만, 그의 뛰어난 관찰력과 기억력은 마치 사진을 찍듯 모든 것을 흡수했다.

어느 날 밤, 모두가 잠든 시간, 아렌은 몰래 시동의 방을 빠져나왔다. 그의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연무장을 향했다. 낮에는 수많은 기사들로 북적이던 연무장은 밤이 되자 고요했다. 달빛이 검게 그을린 훈련용 목각 인형들을 비추고 있었다.

아렌은 조심스럽게 목각 인형 앞에 섰다. 낮에 보았던 기사들의 움직임을 떠올리며 그는 주먹을 쥐고 자세를 취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불안정했지만, 반복할수록 그의 몸은 점차 기사들의 움직임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그는 칼 대신 맨손으로 공기를 갈랐고,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려도 멈추지 않았다. 밤늦도록 이어진 그림자 훈련은 그의 몸에 근육을 새겼고, 그의 움직임에 날카로움을 더했다.

"젠장… 저 꼬마 시동, 또 저러고 있군."

연무장 구석, 그림자 속에 숨어 아렌을 지켜보던 기사 한 명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는 연무장의 야간 순찰을 담당하는 기사였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아렌을 지켜봤지만, 그의 끊임없는 노력과 집념에 점차 감탄하기 시작했다.

"놀랍군. 저 꼬마는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기사들의 동작을 거의 완벽하게 따라 해. 심지어 몇몇 동작은… 꽤 독창적이야."

다른 기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렌은 그들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 채 훈련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의 오드아이에서는 푸른색과 은색 빛이 교차하며 강렬한 집중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렌은 무술뿐만 아니라 마법에도 관심이 많았다. 황태자궁 옆에는 에덴 제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마법사들을 양성하는 마법사 학교가 있었다. 낮에는 마법사들이 주문을 외우고 마법진을 그리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아렌은 시동으로서 마법사 학교에 심부름을 갈 때마다 몰래 마법사들의 수업을 엿들었다.

“불꽃을 응축하고, 마력을 집중시켜…!”

마법 교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렌은 그의 말을 머릿속에 새겨 넣었다. 그는 마법진의 형태를 눈으로 스캔하고, 주문의 발음과 억양을 귀로 기억했다. 마법은 무술과는 전혀 다른 영역이었지만, 아렌은 특유의 명석함으로 빠르게 핵심을 파악했다.

어느 날 밤, 아렌은 다시 시동의 방을 빠져나와 마법사 학교의 도서관으로 향했다. 도서관은 밤이 되면 인기척이 드물었고, 아렌은 이곳에서 마법에 대한 지식을 탐구할 수 있었다. 그는 고대 신성어로 쓰인 두꺼운 마법 서적들을 펼쳤다. 환락가에서 익힌 다양한 언어 능력 덕분에 그는 고대 신성어를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핵심 단어들을 유추하고 마법진의 원리를 파악할 수 있었다.

“마력… 흐름… 집중….”

아렌은 책에서 본 마법진을 작은 종이에 그려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손바닥에 집중하며 마력을 모으려고 노력했다. 처음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수십 번, 수백 번 반복하자 그의 손바닥에서 희미한 푸른빛이 깜빡였다. 아주 작은 빛이었지만, 아렌에게는 엄청난 발견이었다.

이러한 그림자 훈련은 아렌의 몸과 정신을 단련시켰다. 그는 황태자궁의 시동으로 살아가면서도, 누구보다 강해지고자 하는 열망을 잃지 않았다. 그의 눈빛은 더욱 깊어졌고, 그의 움직임은 더욱 날렵해졌다. 그는 환락가에서 익힌 빠른 몸놀림과 뛰어난 관찰력을 바탕으로 황태자궁의 복잡한 구조와 사람들의 동선을 완벽하게 파악했다. 덕분에 그는 아무도 모르게 연무장과 마법사 학교를 드나들며 훈련을 계속할 수 있었다.

아렌은 낮에는 철저하게 시동의 역할을 수행했다. 겸손하고 예의 바르게 행동하며, 누구에게도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귀족들의 심부름을 하면서도 그들의 대화에서 흘러나오는 정보를 놓치지 않았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에덴 제국의 모든 것에 대한 지식이 그의 머릿속에 차곡차곡 쌓였다.

그는 특히 듀크란 공작의 동태를 유심히 살폈다. 듀크란 공작은 황제의 비밀기사 가문의 수장으로, 황태자궁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이었다. 아렌은 공작의 움직임에서 알 수 없는 위엄과 냉철함을 느꼈다. 어쩌면 그에게 콜린을 구해줄 힘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아렌의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았다.

시간은 흘러 아렌이 15세가 되었다. 그의 몸은 이제 더 이상 어린 소년의 것이 아니었다. 그림자 훈련으로 다져진 탄탄한 근육과 날렵한 움직임은 여느 성인 기사 못지않았다. 그의 눈빛은 과거 환락가에서 상처받았던 소년의 눈빛과는 확연히 달랐다. 자신감과 결의가 넘치는, 강렬한 빛을 띠고 있었다.

어느 날, 황태자궁에서 성대한 연회가 열렸다. 에덴 제국의 모든 명문 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연례 행사였다. 황태자궁은 화려한 드레스와 값비싼 보석으로 치장한 귀부인들, 훈장을 단 기사들로 북적였다. 아렌은 시동으로서 연회장 구석에서 술을 나르고 음식 접시를 치우는 일을 맡았다.

수많은 인파 속에서도 아렌의 눈은 예리하게 사람들의 표정과 움직임을 읽어냈다. 그는 귀족들의 가식적인 웃음 뒤에 숨겨진 욕망과 권력 다툼을 직감했다. 환락가에서 온갖 인간 군상을 보며 자란 덕분이었다.

연회장 중앙에는 듀크란 공작이 황태자와 함께 서 있었다. 그의 위엄 있는 모습은 주변의 모든 귀족들을 압도했다. 공작은 황태자와 중요한 대화를 나누는 듯 보였다. 아렌은 그들의 대화를 엿듣기 위해 좀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때, 실수였다. 아렌은 술이 가득 담긴 쟁반을 들고 가다가 지나가던 귀부인의 드레스를 살짝 스쳤다. 찰랑이는 술잔에서 와인이 튀어 귀부인의 드레스에 얼룩을 남겼다.

"이런 무례한 시동 같으니! 감히 내 드레스에…!"

귀부인의 날카로운 고함이 연회장 한가운데를 갈랐다. 모든 시선이 아렌에게로 향했다. 아렌은 순간 몸이 굳어버렸다. 노예 낙인이 찍힌 손등이 뜨겁게 느껴졌다.

"죄송합니다, 마님. 제가… 제가 부주의했습니다."

아렌은 재빨리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 귀부인은 분을 삭이지 못하고 아렌에게 손찌검을 하려 했다.

바로 그때였다.

"멈춰라."

낮고 위엄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듀크란 공작이었다. 그의 시선은 귀부인을 지나 아렌에게로 향했다. 공작의 눈빛은 마치 꿰뚫어 보는 듯했다.

아렌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듀크란 공작의 시선과 마주쳤다. 공작의 눈은 그의 오드아이를 향하고 있었다. 푸른색과 은색이 섞인 신비로운 눈동자. 환락가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그러나 듀크란 공작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색이었다.

듀크란 공작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그의 셋째 아들, 아렌. 잃어버린 줄로만 알았던 아들의 눈동자가 저 시동의 얼굴에 있었다. 잊을 수 없는, 너무나도 특별한 오드아이. 공작의 눈빛은 흔들렸고, 그의 머릿속에는 15년 전의 비극적인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