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test1@gmail.com · 하이 판타지 · 9화
목차
1. 환락가의 그림자, 소년 아렌 2. 황태자궁의 시동, 그림자 훈련 3. 가문의 귀환, 운명의 서곡 4. 문양의 각인, 새로운 시작 5. 고대 지식의 전수, 숨겨진 혈통 6. 동료애의 시험, 각성의 서막 7. 고대 유물의 비밀, 어둠의 단서 8. 황제에게 보고, 미지의 존재들 9. 외교적 격변, 새로운 임무의 서곡듀크란 공작의 굳건한 손이 아렌의 어깨를 잡았고, '너는 내 아들이다'라는 말과 함께 아렌은 잊고 지냈던 자신의 진짜 정체성을 마주했다.
공작의 눈빛은 흔들림 속에서도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렌의 오드아이를 꿰뚫어 보는 그 시선 속에서 아렌은 알 수 없는 기시감을 느꼈다. 심장이 격렬하게 뛰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콜린의 따뜻한 품과 환락가의 뒷골목, 그리고 자신의 손등에 새겨진 노예 낙인이 스쳐 지나갔다.
"공작 전하…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아렌은 겨우 목소리를 짜냈다. 귀부인은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공작과 아렌을 번갈아 바라보며 눈을 깜빡였다. 연회장의 모든 시선이 그들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듀크란 공작은 아렌의 손등에 찍힌 낙인을 발견하고는 얼굴을 굳혔다. 그의 턱은 분노로 씰룩거렸지만, 이내 냉정을 되찾았다. 공작은 귀부인을 향해 싸늘하게 말했다.
"이 아이는 더 이상 시동이 아니다. 감히 내 아들에게 손찌검을 하려 들다니, 그 대가는 반드시 치르게 될 것이다."
공작의 말에 귀부인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렸다. 그녀는 공작의 위엄 앞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공작은 아렌의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을 주며 그를 일으켜 세웠다.
"따라오너라, 아렌. 이제 너는 네가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아렌은 공작의 말에 혼란스러웠다. 자신이 공작의 아들이라니. 환락가에서 버려진 채 자라온 자신에게, 이런 거대한 가문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공작의 눈빛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진심은 아렌의 마음을 움직였다.
듀크란 공작은 아렌을 이끌고 연회장을 빠져나왔다. 황태자궁의 복도를 지나 공작의 마차에 오르기까지, 아렌은 마치 꿈을 꾸는 듯했다. 마차 안, 공작은 아렌에게 자신의 과거와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네 어머니는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너를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병으로 세상을 떠났지. 그리고 너는… 잠시 우리의 곁을 떠나게 되었다. 우리가 널 찾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모른다."
공작의 목소리에는 깊은 슬픔과 회한이 담겨 있었다. 아렌은 듀크란 공작에게서 자신의 오드아이와 비슷한 푸른색 눈동자를 발견했다. 은색은 없었지만, 그 푸른색은 아렌의 눈동자 속 푸른색과 닮아 있었다.
"저는… 환락가에서 자랐습니다. 콜린 누나가 저를 키워주셨죠. 그리고… 제 손등에는…."
아렌은 자신의 손등을 보여주었다. 노예 낙인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공작은 아렌의 손등을 잡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이 모든 것이 나의 불찰이다. 네가 이런 고통을 겪게 하다니…."
공작의 눈빛에는 아렌에 대한 미안함과 연민이 가득했다. 아렌은 공작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을 버린 줄로만 알았던 친아버지가 자신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는 사실에 아렌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치밀어 올랐다.
"아렌, 이제부터 너는 듀크란 가문의 셋째 아들이다. 누구도 너에게 함부로 대할 수 없을 것이다. 이 낙인도… 반드시 지워주겠다."
공작의 말에 아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가슴속에서는 콜린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새로운 희망이 싹트기 시작했다. 자신에게도 가족이라는 존재가 생겼다는 사실이 아렌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쌌다.
마차는 에덴 제국의 수도 한복판에 위치한 듀크란 공작저에 도착했다. 거대한 저택은 황태자궁 못지않은 웅장함을 자랑했다. 아렌은 저택의 규모와 화려함에 압도되었다. 이곳이 자신이 앞으로 살아가야 할 곳이라니.
저택의 문이 열리고, 듀크란 공작은 아렌의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섰다. 저택의 하인들과 기사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이며 그들을 맞이했다. 공작은 아렌을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곳이 네 집이다, 아렌. 이제부터 너는 듀크란 가문의 일원으로서 합당한 대우를 받을 것이다."
아렌은 공작의 말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는 난생 처음으로 '집'이라는 단어의 따뜻함을 느꼈다. 듀크란 가문의 일원이 된다는 것은 단순한 신분 상승 이상의 의미였다. 그것은 그에게 새로운 삶, 새로운 기회를 의미했다.
다음 날부터 아렌의 삶은 180도 바뀌었다. 그는 더 이상 황태자궁의 시동이 아니었다. 듀크란 공작의 셋째 아들, 아렌 듀크란. 그의 새로운 이름이었다. 듀크란 공작은 아렌에게 최고의 교육을 제공했다. 개인 교사를 붙여 에덴 제국의 역사, 정치, 경제, 문화에 대한 지식을 가르쳤고, 검술과 마법 훈련도 최고 수준의 스승들에게 맡겼다.
아렌은 타고난 명석함과 뛰어난 학습 능력으로 모든 것을 빠르게 흡수했다. 그는 환락가에서 익힌 다양한 언어 능력과 황태자궁에서 쌓은 그림자 훈련 경험을 바탕으로 눈부신 성장을 보여주었다. 특히 그의 검술은 듀크란 공작마저 놀라게 할 정도였다.
"아렌, 네 재능은 놀랍구나. 네 움직임은 마치 그림자처럼 빠르고 예측 불가능하다. 대체 어디서 그런 기술을 익혔느냐?"
공작은 아렌의 검술 훈련을 지켜보며 감탄했다. 아렌은 겸손하게 대답했다.
"황태자궁에서 시동으로 일할 때, 기사님들의 훈련을 몰래 엿보며 따라 했습니다."
공작은 아렌의 말에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아렌이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아렌에게 특별히 주문 제작한 은빛 갑옷과 거대한 낫이 달린 사슬, 그리고 은사를 선물했다. 아렌의 독특한 전투 방식에 최적화된 무기였다.
"이 무기들이 네 재능을 더욱 빛내줄 것이다, 아렌. 너는 우리 가문의 자랑이 될 것이다."
공작의 말에 아렌은 굳게 결심했다. 자신을 믿어주고 지지해주는 아버지와 가문을 위해, 그리고 콜린을 위해, 그는 더욱 강해져야 했다.
하지만 아렌의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콜린에 대한 그리움과 걱정이 남아 있었다. 그는 공작에게 콜린의 이야기를 꺼냈다. 공작은 아렌의 이야기를 듣고 깊이 공감하며 말했다.
"그녀는 너에게 생명의 은인이자 진정한 어머니와 다름없다. 내가 사람을 보내 그녀를 찾아보고, 그녀가 원하는 대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공작의 말에 아렌은 안도했다. 콜린이 더 이상 환락가에서 고통받지 않기를 바랐다.
시간은 흘러 아렌이 15세가 되던 해, 그의 몸에 이상한 변화가 일어났다. 사흘 밤낮으로 겪는 성장통. 온몸의 뼈마디가 비틀리고 근육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 속에서 아렌은 정신을 잃었다 깨어나기를 반복했다. 듀크란 공작은 아렌의 곁을 지키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아들을 바라보았다.
사흘째 되는 날 새벽, 아렌은 극심한 고통 속에서 깨어났다. 그의 상체에는 마치 살아있는 듯 꿈틀거리는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은빛과 푸른색이 뒤섞인 복잡하고 아름다운 문양이었다. 문양에서는 알 수 없는 힘이 뿜어져 나왔다.
듀크란 공작은 아렌의 문양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것은…! 태초의 계약 문양이다! 너에게 이런 능력이 숨겨져 있었다니…."
공작의 목소리에는 경외심이 섞여 있었다. 아렌은 자신의 상체에 새겨진 문양을 만져보았다. 문양에서 흘러나오는 힘이 그의 온몸을 감쌌다. 그는 직감적으로 이 문양이 자신에게 새로운 능력을 부여했음을 깨달았다.
듀크란 공작은 아렌에게 태초의 계약과 마물 토벌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10년마다 바다에 떠오르는 마물의 섬, 그곳에서 태어나는 마물들, 그리고 15세가 되면 상체에 새겨지는 문양과 스킬. 아렌은 자신이 이제 마물 토벌대원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렌, 너는 황제의 비밀기사 가문의 일원이다. 그리고 이제 태초의 계약 문양까지 얻었으니, 제국을 지키는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공작의 말에 아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가슴속에는 새로운 책임감과 함께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솟아났다. 그는 자신의 숨겨진 혈통과 새로 얻은 스킬이 어떤 의미를 가질지 궁금했다.
듀크란 공작은 아렌에게 마물 토벌 교육기관에 입소할 것을 지시했다. 그곳에서 3년간 훈련을 받고 18세가 되면 마물의 섬으로 떠나야 했다. 아렌은 공작의 지시에 따르기로 했다. 그는 콜린을 위해, 그리고 자신을 위해, 더욱 강해져야 했다.
마물 토벌 교육기관으로 향하는 날, 아렌은 듀크란 공작저의 문을 나섰다. 공작은 아렌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했다.
"몸 건강히, 무사히 돌아오너라, 아들아. 너는 우리 가문의 희망이다."
아렌은 공작에게 깊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마차에 올라 교육기관으로 향했다. 교육기관은 에덴 제국의 수도 외곽에 위치한 거대한 요새 같은 건물이었다. 높은 성벽과 견고한 철문은 이곳이 단순한 교육 시설이 아님을 말해주었다.
마차에서 내린 아렌은 교육기관의 정문 앞에 섰다. 거대한 문 위에는 에덴 제국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그의 심장이 다시 한번 격렬하게 뛰었다. 이곳에서 그는 새로운 동료들을 만나고, 자신에게 숨겨진 능력을 깨닫게 될 터였다.
아렌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드넓은 훈련장에는 이미 수많은 젊은이들이 모여 있었다. 에덴 제국의 인간들뿐만 아니라, 칸델 왕국의 수인족, 그리고 은 제국의 동양인들도 눈에 띄었다. 각기 다른 종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는 사실에 아렌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때, 아렌의 귓가에 거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흥, 또 에덴 제국 녀석들이군. 이번에는 얼마나 잘난 척을 할지 기대되는군."
목소리의 주인공은 날카로운 귀와 뾰족한 송곳니를 가진 수인족 청년이었다. 그의 눈빛에는 에덴 제국인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이 서려 있었다. 그는 바로 칸델 왕국의 수인족 동료, 카이였다.
카이의 옆에는 과묵한 표정의 동양인 청년이 서 있었다. 그의 눈빛은 싸늘했지만, 그 속에는 알 수 없는 깊이가 담겨 있었다. 그는 바로 은 제국의 동료, 진이었다.
카이의 거만한 목소리와 진의 싸늘한 시선이 아렌을 향했고, 이질적인 세 종족의 첫 만남은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했다.